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9일 이우영(76)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이 조부인 이해승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과 재산환수조치를 취소하라고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해승이 후손들에게 물려준 300억대 재산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대법 “이해승은 친일파, 재산환수해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회)는 2009년 9월 이 회장의 조부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하고 그의 후손이 물려받은 서울 은평구 일대 토지 2922㎡를 친일재산으로 결정했다.
이씨의 조부는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한일합방이 이뤄진 1910년 7월 일제에서 후작 작위와 은사공채 16만8000원을 받았다. 그는 당시 데라우치 총독을 만나 감사 인사를 하고, 이토 히로부미의 묘를 참배하는 등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귀족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이 회장은 “조부는 대한제국 황실 종친 자격으로 후작 작위를 받은 것이고, 일제의 식민정책에 동조하지 않았으니 소급해서 법을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회장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으나, 2심은 원고 패소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소급입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고의 신뢰가 확고하다거나 보호가치가 크지 않은 반면에 개정법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며 이해승의 친일행위를 거슬러 올라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서 “헌법재판소도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한 개정법 관련 규정이 소급입법금지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 등을 위배하지 않아 합헌이라고 결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친일재산 처분했어도 다른 재산으로 대신 환수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미 매각한 친일자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친일재산 국가귀속 결정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2008년 조부가 소유한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임야 24m²와 191필지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내서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당시 반민족규명법상 친일행위를 인정하려면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으나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판결은 국민의 공분을 샀고 국회는 2012년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로 고쳐서 법 적용이 유연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법에 따라 이뤄진 결정에 대해 개정법을 새로 적용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하급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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