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 검은 핏덩이" 항문 수술 받은 뒤 사망...의사 법정 구속

  • 등록 2023-09-25 오후 6:26:03

    수정 2023-09-25 오후 8:29:4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5년 전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쇼크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병을 잘못 진단한 40대 의사가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됐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 A(41)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용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안 판사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내시경 검사가 제때 진행돼 지혈했다면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2018년 6월 15일 인천 연수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사망 당시 78세)씨의 증상을 오진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나흘 전 B씨는 병원을 찾아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 핏덩이가 나왔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당시 B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을 먹고 있었고, A씨는 그 약이 위나 십이지장에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B씨의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에 나섰다. 이후 B씨의 출혈이 계속 됐는데도 내시경 검사 등 추가 처치를 하지 않았다.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결국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B씨는 A씨에게 진료받을 당시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 때문에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9년 A씨를 재판에 넘겼고, 그는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씨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 탓에 B씨가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법조계와 의료계에선 오진으로 환자가 숨진 사고로 의사가 법정 구속된 사례는 이례적이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오진한 의사들이 법정 구속되자 의료계가 거리 투쟁에 나서며 반발했고, 유사한 의료 사고로 법정 구속에 이른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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