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소 관련 내용을 처음 외부로 유출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29일 유출사건 이후 약 5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혁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유출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를 비롯해 함께 연대한 여성운동단체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사진=공동취재단) |
|
여성연합 혁신위원회(혁신위)는 이날 홈페이지에 혁신안을 발표하며 “유출사건을 ‘김영순 여성연합 대표-남인순 국회의원(여성연합 전 대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정보 유출 사건’으로 명명함으로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12월 3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 대표 A씨’를 통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애초 이 사건은 청와대와 검찰, 경찰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대한 고발사건에서 출발했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가 피소 사실을 처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유출사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여성연합은 홈페이지에 검찰이 유출 당사자로 언급한 ‘여성단체 대표 A씨’가 여성연합 상임대표임을 뒤늦게 전했다. 여성연합은 “여성운동단체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상임대표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여성연합은 이날 혁신안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여성연합은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이 지났다”며 “반성폭력운동 과정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유출사건이 여성연합에서 발생해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이어 “여성단체에 대한 믿음으로 연대를 요청하신 피해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문제 해결 및 피해지원에 역할을 해야 했으나 오히려 지원정보를 유출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끼쳤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 2020년 7월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서울시) |
|
피해자뿐 아니라 여성운동단체에도 사과했다. 여성연합은 “여성연합의 잘못된 행위는 여성연합에 대한 신뢰는 물론 7개 지역여성연합과 27개 회원단체, 나아가 여성운동 전체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했다”며 “무엇보다 문제를 인지한 직후 지역여성연합·회원단체에 사실을 알리고 조직적 해결의 과정을 밟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여성연합 혁신위는 지난 3월 10일 첫 회의를 시작해 약 5개월 동안의 논의를 거쳐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문화와 조직구조, 운동방향과 방법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여성연합 혁신위는 “여성연합의 혁신은 연합운동 조직으로서의 조직적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존의 운동 문화를 점검하고 연합운동의 의미와 역할을 담아낼 수 있는 조직구조의 변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며 “혁신안 제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직하고 연대하는 여성연합’, ‘연결하고 확산하는 여성연합’ 등 혁신의 방향을 정하고 △여성운동 이론과 방법론의 혁신 △정치세력화 운동의 혁신 등 10개의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