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무드 훈풍에 방산업계 '흔들'

정부 3축 체계 등 축소·중단 검토 소식
철매-Ⅱ 성능개량 올 2월 결정마저 번복
장기간 투자·연구개발 이어온 업체들 '불안'
  • 등록 2018-07-10 오후 3:30:27

    수정 2018-07-10 오후 3:30:27

지난해 11월 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열린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지대공 미사일 ‘천궁’이 발사되고 있다.(사진=공군)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몇 년 간 방산비리 논란으로 곤혹을 치뤘던 국내 방산업계가 올해에는 남·북 평화무드에 따른 불확실성에 맞닥뜨렸다. 이전 대북 대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던 주요 프로젝트들이 축소·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중소 협력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발빠른 로드맵 구축이 아쉬운 대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남·북 간 관계 개선에 따라 국방개혁 2.0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축 체계 사업(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을 중심으로 각종 방위사업을 축소·중단하는 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KAMD의 핵심전력인 ‘철매-Ⅱ 성능개량’을 비롯해 KMPR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현무-2·4 사업, 북 장사정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전술지대지유도탄(KTSSM) 등의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육군의 230mm 다연장로켓(MLRS) 천무, 흑표 전차 등의 양산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방산업계는 남·북 평화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대승적 측면에 동감하는 모습이지만 급진적 양산정책 변화에는 강한 우려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군(軍)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투자와 연구개발에 공을 들여 생산을 준비해 온 방산 생태계 및 국방 연구개발(R&D) 역량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투자와 이익실현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계획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변화에 군 및 유관기관에 대한 불신이 업계에 뿌리내린다면 국가안보의 근간인 국방 R&D 및 품질·양산 역량에도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매-Ⅱ 성능개량’ 사업의 경우 총 세차례에 걸쳐 국방부의 결정이 번복된 바 있다. 총 1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6월 개발이 완료된 철매-Ⅱ 성능개량 사업은 같은해 11월과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재검토 지시를 받았으며, 올해 2월 계획대로 양산을 추진키로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5월23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계획대로 생산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을 재기하면서 초도물량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련 업체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철매-Ⅱ 성능개량 사업에는 LIG넥스원(079550),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000880), 현대·기아차 등 주요 체계종합업체를 비롯해 총 680여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사업일정이 거듭 지연되고 물량 축소가 현실화 될 경우 총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예정이며, 중소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방부가 향후 북한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체계 구축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남·북간 평화의 시대가 열리더라도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방어체계 구축은 여전히 중요하며 방산도 이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다만 짧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 방산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정부가 발빠르게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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