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대리인 투표로 재개발조합이 성사됐다면 해당 조합은 유효할까 아니면 무효일까.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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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는 지난 2009년 5월 동남구의 A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한 데 이어, 2015년 7월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 529명 중 400명(75.61%), 전체 토지면적 8만5490.2㎡ 중 6만2623.6㎡(73.2%)의 소유자가 조합 설립에 동의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승인했다.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지자체는 조합 설립을 승인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 등 소유자 중 일부 조합원은 2017년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효력이 없고, 동의자 수에 오류가 있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법원은 동의자 수를 조정해 최종 동의율을 75.8%(525명 중 398명)로 산정했으며 이 판결은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 토지 소유자 B씨는 조합 설립 인가 자체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는 구 도시정비법 24조 5항(현재는 개정)이 쟁점이 됐다. 당시 적용된 이 조항은 총회 의결 시 조합원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1심은 B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조합 설립 인가가 무효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 도시정비법 24조 5항이 규정한 ‘직접 출석’은 토지 등 소유자 본인이 총회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리인 출석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접 출석’이라는 규정은 대리인이 출석한 경우도 포함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B씨가 천안시와 A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개정 전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의 모호함을 명확히 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인이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입법 취지는 구현될 수 있다”며 “개정된 법률도 이 같은 취지를 명확히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원이 가족 위임장을 제출하는 경우나 조합원이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는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때 조합원이 직접 출석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