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24일 오후 올해 첫 번째 회의를 열고 포스코의 물적분할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 결과 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탁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산하 전문위원회의 하나로, 기금운용본부가 내부에서 결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탁위 관계자는 이번 찬성 결정에 대해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반적인 비판이 있고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면서도 “이번에는 물적분할에 따른 우려감에 대해 (포스코가) 투자자를 어떻게 안심시켰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자회사 비상장 유지와 관련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존속법인 포스코홀딩스와 신설법인 포스코로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홀딩스가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사업관리 등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포스코가 철강 생산과 판매 등의 사업부문을 이어나간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 지분 100%를 보유하며, 포스코는 비상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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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찬성표는 다소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앞서 주요 의결권 자문사에서 포스코의 물적분할에 대해 대부분 찬성 권고를 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포함해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 ESG연구소 등에서 모두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선 서스틴베스트 정도가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포스코의 경우 물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에 따른 주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비교적 충분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자회사가 상장하기 위해선 지주회사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로 올해 중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주당 1만원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하기도 했다.
한편, 참여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전국건설산업연맹·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카카오(035720)·이마트(139480) 등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회사들에 대한 대표소송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데 더는 국민의 노후자금에 악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지배구조 문제를 비롯해 대기업의 전횡을 묵인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해당 기업의 주주 및 국민 노후자금의 집사로서 문제가 재발되지 않게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