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주상복합 공사장 화재, 인재(人災) 가능성

트리쉐이드 현장근로자 3명 사망 중상 3명 40명 사상
장마앞두고 건설자재 지하에 옮기면서 불씨 역할 추정
최근 진행된 2차례 소방안전점검서도 형식적으로 끝나
  • 등록 2018-06-27 오후 2:33:29

    수정 2018-06-27 오후 4:09:13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26일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감독기관을 비롯해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자 시공사는 평소 외부에 쌓아 놨던 건설자재 대부분을 지하로 옮겼고, 이 과정에서 불에 취약한 자재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규모가 커졌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경 새롬동(2-2생활권 H-1블럭)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에서 10여차례 ‘펑’ 소리와 함께 화염이 치솟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5시간 만인 오후 6시 47분 완전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세종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을 포함해 대전과 충남·북 등의 지원을 받아 403명의 인력과 헬기 등 63대의 장비를 총투입했다.

이번 화재로 현장 근로자 169명 중 3명이 사망했고, 중상 3명을 포함해 모두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화재가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지상 24층, 지하 2층, 7개동 386세대 규모로 2016년 6월 착공해 오는 12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채수종 세종소방본부장은 27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을 통해 “아직 정밀감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공사 관계자들이 지하에서 ‘펑’하는 소리를 10회 이상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폭시 작업에 의한 유증기 폭발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지하에 적치돼 있던 단열재 등 건설자재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대량의 연기가 발생, 현장 근로자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하면서 사상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밀 감식과정에서 임시 소방시설 설치 유무 등 사업주가 안전과 관련된 시설을 적절하게 설치·운영했었는지를 관계 부처와 함께 확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번 화재는 과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나 경기 동탄 상가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과 같이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함께 소방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등이 결합하면서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이 현장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차례에 걸쳐 안전점검을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고용노동부와 소방 등 관계기관은 현장 안전점검에서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았고, 결국 대형화재가 발생하면서 부실한 점검이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소방시설이 있거나 외부에 있어야할 건설자재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지하로 옮겨졌고, 화재 발생이 높은 작업도 지하에서 진행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는 화재 위험이 높은 공정을 진행하기 전에 임시 소방시설을 갖춰야 하며, 해당 사업장이 이 시설이 있었는지는 정밀 감식을 통해 밝혀내야 한다”면서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을 말을 종합해보면 장마를 앞두고 그간 1층 외부에 적치했던 건설자재를 지하로 옮겼고, 우기 전에 작업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공정을 빠르게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채수종 세종소방본부장은 “지난해 12월 특별 점검을 실시한 데 이어 올 봄철에도 해빙기 특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며 “앞으로 이 현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포함해 세종 전 신축현장을 대상으로 고강도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종 세종소방본부장이 27일 세종시청에서 새롬동 주상복합 공사현장 화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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