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 속 우린 어떡하죠?”…팹리스 스타트업 ‘근심’

중기부, 13일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 개최
한목소리로 인력난 토로…“해외서 유치해야”
인재 수급 위한 RSU 세제혜택 도입 논의도
해외 진출 어려움 토로…“지원 방안 검토해야”
  • 등록 2024-06-13 오후 5:42:07

    수정 2024-06-13 오후 5:42:0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팹리스 분야 스타트업계가 반도체 인재 양성과 유치, 해외시장 진출 등 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강국들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개별 스타트업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국내외 팹리스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업계의 건의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간담회에는 오영주 중기부 장관과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넥스트칩 대표)을 비롯한 스타트업 7개사가 참석했다.

“SW에 우수 인재 몰려”…업계 최대 고민 ‘인력난’

기조 발제에 나선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센터 교수는 “인공지능(AI) 기능 확산에 따른 시장 팽창, 데이터센터 요구사항 급증,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디바이스의 확산, 미·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시장의 기회 요인”이라면서도 “반도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해외시장을 찾아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인력 수급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우수 인재들이 소프트웨어(SW) 기업에 몰리는 상황에서 하드웨어(HW) 분야인 반도체 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얘기다. 이에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세제혜택을 도입하는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현석 뉴로리어리티비전 대표는 “HW 분야는 SW 대비 실패했을 때 손실이 크고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찰력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반도체는 배우기 어렵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서 인재들이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양성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수 협회장은 “해외 연구개발(R&D) 인력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엔지니어에 대한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해외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고 고용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RSU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을 위한 비자 문제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수익 내려면 글로벌 진출 필수…개별 기업으로 한계”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대한 요청도 이어졌다. 반도체 설계 과정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 수요만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데 해외시장은 장벽이 높아 진출하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미·중 간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만큼 개별 기업이 미국 또는 중국 한쪽과 직접적으로 거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국내에서 반도체 칩을 20만~30만개 팔아봐야 개발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결국 대만이라는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만 수출 지원책은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앞둔 만큼 AI 반도체 분야에서 기회가 열려 있는데 미국의 제재 등을 고려하면 직접 거래를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김진영 메티스엑스 대표도 “개별 스타트업 차원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건 도전적”이라며 “국내 대기업과 협업 패키지를 만들어 국내에서 먼저 검증한 뒤 해외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모색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개발 장비 구매에도 수십억원이 드는데 이걸 항상 쓰는 건 아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를 구축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공유·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기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현장의 건의를 반영해 지원 정책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국 인력 수급과 관련해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대책을 논의 중이다.

오 장관은 “세계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배나 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책임지는 스타트업을 위해 정부가 업계와 교류를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큰 허들이 되고 있는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중기부가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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