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16년 만에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맹인 렌고(聯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행사에 찾았다. 그는 30년 만에 최대 임금 상승률을 기록한 올해에 이어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위해 힘을 싣겠다는 뜻을 밝혔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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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렌고 정기대회에 참석해 “경제 활력의 원천은 말할 것도 없이 임금 인상이다. 임금 인상의 큰 흐름을 지방과 중견·중소기업까지 지속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직 총리가 렌고 행사에 참석한 건 2007년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 이후 16년 만이다. 요시노 도모코 렌고 회장은 “임금 인상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정 대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신자본주의’를 경제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 경제 고질병인 저물가를 극복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고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노사정 회의를 소집, 직접 참석한 것도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정책적 뒷받침 덕에 올해 렌고 산하 노조 5272곳의 임금 인상률은 3.58%로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렌고 정기대회 참석은 앞으로도 임금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에너지·식료품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내수 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임금 인상이 당연시되는 경제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노동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구조적 임금 인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같은 임금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높아진 임금이 물가를 끌어올리면 일본은행(BOJ)가 지금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명분을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 “임금과 물가 간 선순환이 실현될지가 고비다”고 말했다. BOJ 내 매파(긴축 선호파)로 꼽히는 다무라 나오키 금융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은 춘계 임금협상(춘투)이 열리는 내년 1~3월이 BOJ가 정책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