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치솟는 공사비에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 모두 조심스러운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다퉈 시공사 입찰을 경쟁하던 건설사들은 자취를 감춰 썰렁한 유찰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자체 시행을 통해 이익 극대화를 도모했던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는 애초에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를 찾아 대행을 맡기는 모습이다. 한강 변 재건축 조합에서도 공사비 부담을 피하고자 고층설계를 반대하는 모습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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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 조합에선 시공사 선정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 암사동 495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강북구 미아3구역, 마포구의 공덕현대 재건축 등은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이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여섯 번이나 입찰을 시행했지만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동대문구의 청량리8구역도 최근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해 두 번 유찰됐다.
서울 한 가로주택사업 조합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시공사를 선정하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고민이 크다”며 “소규모 사업지는 공사비 협상에도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는 원자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0.9로 전년 동월 142.4에 비해 6.0%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연간 27.5%, 레미콘은 22.5% 급등하며 총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지연과 공사 중단문제가 빈번해지자 재건축 조합에선 공사비 갈등을 관리해 주는 신탁사를 찾기도 한다. 신탁 수수료를 내는 것이 건설사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소모되는 비용보다 오히려 적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4단지 등 서울 재건축 대어도 신탁방식 정비 사업을 택하기로 했다.
일부 조합에서는 공사비가 뛰는 고층 설계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총회를 열고 35층에서 49층으로 설계 변경하는 안건을 올려 투표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 서울시가 한강 변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 규제를 풀면서 조합 입장에서는 초고층 아파트 프리미엄을 노릴 수도 있었던 기회를 공사비 부담 앞에서 반납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