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1년을 맞이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른바 ‘양손잡이 경영’으로 기존 주력 사업과 신사업을 균형 있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LS그룹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리란 전망이 나오는 등 ‘2030년 자산 두 배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2일 경기도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S그룹) |
|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S그룹의 지주사 ㈜
LS(006260)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는 전년 대비 51% 늘어난 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7.9% 증가한 18조52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LS의 역대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불경기 속에서도 앞선 해보다 실적이 큰 폭으로 뛴 셈이다.
LS가 이처럼 실적 호조를 기록한 건 기존 주력 계열사들의 선전 덕분이다. 그룹의 맏형으로 꼽히는 LS전선은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로 국내·외에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LS전선은 영국 풍력 발전 단지에 4000억원, 대만에 2000억원대 계약 등 지난해에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LS일렉트릭도 지난해 11월 200억원 규모의 태국 철도 복선화 사업의 신호시스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전력기기·인프라 구축, 자동화 분야에서 대만·미국 등 해외 수주를 연이어 따내고 있다. 또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두 번째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 연결 기준, 단위=원, 자료=㈜LS·에프앤가이드 |
|
재계에선 LS 계열사의 이러한 선전을 두고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손잡이 경영은 한 손에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다른 한 손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잡고 두 개를 균형 있게 추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 회장의 전략이다.
특히, 구 회장은 배터리·전기차·반도체, 이른바 ‘배·전·반’으로 통하는 미래산업 영역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하며 경기 침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LS는 지난해 4월 계열사 E1과 전기차 충전 법인 LS E-Link(이링크)를 공동 설립했고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 EV코리아는 같은 해 5월 군포 공장을 준공했다.
구 회장은 취임 첫해 기존 주력 사업 등을 통해 탄탄한 실적을 거둔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사업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선 8년간 총 20조원을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30’도 드러냈다. LS그룹의 현재 자산 규모는 25조원으로, 해당 목표엔 그룹 자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구 회장은 비전 2030의 핵심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CFE·Carbon Free Electricity)과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앞으로의 30년 공통 과제는 ‘넷 제로’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고, ‘넷 제로’ 핵심은 CFE”라며 “CFE 시대로의 대전환은 전력과 에너지 산업을 주력으로 한 LS에 다시 없을 성장의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