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파가격이 내리자 지난해 양파 재배면적은 1만4600ha까지 급감했고 올해 양파 도매가는 18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번이 기회일까. A씨는 다시 양파 농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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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은 농민들의 투기적 재배를 부추기고 있다. 수급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작물은 이듬해 재배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떨어지는 행태가 반복된다.
재작년 15% 내린 양파값, 작년엔 45% ‘껑충’
주요 채소류의 가격은 해마다 널뛰기하는 모습이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양파의 지난 5년(2017~2021년)간 연간 소매가격(1kg) 변동폭은 마이너스(-) 17.8%에서 45.3%로 차이가 크다. 지난 2019년만 해도 1493원으로 전년대비 15.0% 내렸지만 작년에는 2169원으로 45.3% 뛰었다. 올해는 2252원으로 17.7% 오른 상태다.
수요가 많은 깐마늘, 건고추도 같은기간 각각 -11.8~34.4%, -12.6~47.0%의 연평균 가격 변동폭을 보였다. 깐마늘과 건고추의 올해 소매가는 전년대비 각각 34.4%, 32.3% 상승했다.
삼겹살은 2018~2019년 각각 7.6%, 4.8% 내려 농가 피해가 컸지만 지난해에는 15.1%, 올해 10.4% 각각 오르며 반대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쌀은 20kg 한 포대 소매가격이 2017년에는 5.8% 감소했다가 2018년 29.8% 급등했다. 올해는 전년대비 13.2% 오르는 등 가격 강세가 이어지자 벼 재배면적이 2001년 이후 20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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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오를 경우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반대로 내리면 농민 피해가 크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가격 변동률을 해당 작목 소득률로 나눈 값이 소득 변동률인데 보통 농산물 가격이 10% 떨어지면 농가 소득은 20% 가량 줄어든다”며 “재배 위험성 때문에 (한 번 가격이 내린 작목은) 재배를 꺼리게 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수입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우유·달걀사태에 농민 반발 “책임 떠넘겨”
물가 상승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농업계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달부터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1ℓ당 2.3% 오르면서 유제품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개입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가들은 정부의 정책 실기를 지적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생산자물가 폭등을 조장·방치하고 물가 수준이 다른 미국·유럽과 비교해 우리나라 원유가격이 비싸다는 단순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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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도 물가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지난 겨울 AI 사태로 전체 산란계(알을 낳는 닭) 20% 수준인 1600만여마리를 살처분했는데 이후 달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이른바 `금(金)달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달걀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제로 관세를 적용한 달걀 수입에 나서자 양계업계는 국산 산란계 재입식(재사육)이 우선이라고 요구했다. 농장별 질병관리등급제를 적용해 살처분 예외권을 준다는 방침에는 방역 책임을 농가에 떠민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농업 예측은 신(神)도 어렵다`는 말이 있듯 정책의 한계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반복되는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농업 관측을 제공하면서 재배면적을 조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높지 않은 편이다. 생산자들이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의무자조금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14개 품목에 그쳐 걸음마 상태다. 노지 채소 중에서는 양파·마늘이 지난해 돼서 처음으로 의무자조금을 꾸렸다.
이 이사장은 “수매 비축 사업은 저장성이 없는 배추·무 등은 사업 손실이 크고 일시 많은 물량을 수매하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 발생한다”며 “가격이 불안정한 조건에서 농가는 투기적으로 재배하고 생산자조직은 재배면적을 조정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