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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단초가 됐던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사찰 및 지원 배제에 실제로 적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12층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근혜 정부 당시 있었던 한불 수교 130주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 대한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입수한 9473명 시국선언자 명단 원본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2015년 4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를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선언 문화예술인 549인,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6517인, 박원순 후보지지선언 1608인에 대한 언론보도·블로그·스크랩 자료로 구성돼 있다. 진상조사위가 입수한 명단은 2015년 6~7월 출력됐으며 A4 용지로 60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진상조사위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관계자 다수의 진술을 통해 이 문건이 사업 배제 여부를 결정하는 블랙리스트로 실제 적용됐음을 확인했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9473명의 시국선언 명단은 지나치게 인원이 많고 세부사항이 없는 단순 명단일 뿐 현실적으로 적용 불가능해 배제근거로 활용되지 않았든 주장도 있었지만 조사 결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지시 이행을 위해 해외문화홍보원 실무자들이 출력본 형태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지원 배제 여부를 검증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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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가 시국선언 명단을 통한 블랙리스트 실행을 확인한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2년간 진행된 국제교류행사다. 이 사업은 ‘공식인증사업’으로 선정된 사업만 399건(프랑스 내 227건, 한국 내 172건)에 달하고 총 사업비는 100억3000여 만원에 달한 ‘최장기간, 최대규모, 최다분야의 사업’으로 평가받아왔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보고 문건 및 리스트 자료, 관련자 진술, 문자·이메일 등 증거자료를 통해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 중 전시·공연·문학·영화 등 분야에서 다수의 블랙리스트 사차·검열·배제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를 필두로 국정원,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랑스한국대사관, 프랑스한국문화원 등 국가기관이 동원돼 블랙리스트 사전모의 및 실행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진상조사위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중 참석했던 현지 한식체험전시인 ‘K콘(K-CON) 2016 프랑스’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 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부실심사를 통해 사흘 만에 예산을 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은 양국 간 이해 증진과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추진한 국가외교행사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블랙리스트 실행 및 최순실 예산 등 특혜를 행했다”며 “이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중대한 국가범죄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31일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이달 말까지 조사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5월 중 최종 조사결과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안을 대국민보고 행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담은 백서는 7월 중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