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수장들에게 열세지역 출마…문재인·안철수 부산行 요구
김상곤 위원장 등 혁신위원들은 23일 국회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주의와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리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 선당후사가 필요하다”며 “2007년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이후 우리 당을 이끌었던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에게 요구한다. 당의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을 따라 달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에게는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에서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했다.
혁신위가 일일이 거론한 전직 대표들 중에 이해찬(세종)·문희상(경기 의정부갑) 의원은 친노, 김한길(서울 광진갑) 의원은 비노(비노무현) 중심축이다. 정세균(서울 종로) 의원은 당의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친노에 버금가는 현역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현 지역구를 떠나 험지(險地)에서 출마하든지 정계에서 은퇴하든지 선택하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부산 출마 요구가 유력해 보인다. 안 의원은 2013년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당선돼 첫 배지를 달았는데 당시에도 고향인 부산에 출마해 김무성 대표와 대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다. 혁신위가 문 대표에게 20대 총선 불출마를 철회하고 선봉에 서줄 것을 요구한 것은 문재인·안철수 ‘투톱 체제’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부산·경남·울산) 선거를 함께 이끌어 달라는 의중으로 읽힌다.
안 의원은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주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치를 시작하고 약속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새정치연합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사상구가 아닌)부산의 더 어려운 지역에 가서 해보겠다고 하면 인정된다”며 “안 의원도 고향이 부산이니까 문 대표와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급심 유죄 받으면 공천 제외…86그룹 혁신 대상 제외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상고심을 진행 중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입법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 등이 대상이 된다. 다만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 등 억울한 판결이나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공직후보자검증위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위원들이 찬성할 경우 정상을 참작해 구제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박 전 원내대표는 “예외조항이 있다고 하지만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혁신안에는 이동학 혁신위원이 문제를 제기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의 ‘열세지역 차출’이 포함되지 않았고, 유일한 부산 3선인 조경태 의원을 해당(害黨) 행위자로 규정해 제재 조치를 요구하는 등 미완의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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