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현실화하나…美 대관 업무 강화 나선 기업들

삼성·현대차, 외교통 영입하고 해외대관 격상
LG, 지주 중심 전략 세우고 계열사와 밀착 대응
포스코, 컨트롤타워 워싱턴DC로…관가 핵심 노려
'대격변' 예고한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셈법 복잡
현지 대관 강화해 입지 다지기…"실익 찾을 것"
  • 등록 2024-03-05 오후 4:45:59

    수정 2024-03-05 오후 7:05:1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다원 하지나 최영지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 대관 조직을 재편·강화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이 대두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반도체와 이차전지(배터리)·완성차 사업을 벌이는 우리 기업들이 실익을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5대 그룹, 美 대관조직 격상…인력 충원도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북미 지역 대외협력을 총괄할 SK아메리카스를 신설하고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현지 대관 조직을 통합하기로 했다.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각종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앞서 지난해 3월 글로벌 대관 총괄 조직인 GPA(Global Public Affairs·글로벌대외협력)팀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신설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합 조직을 꾸린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이데일리 DB)
다른 기업들도 미 대선에 앞서 해외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외교통’을 전진배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GPA 수장인 김원경 사장을 승진시키며 조직을 ‘팀’급에서 ‘실’급으로 격상했다. 삼성 GPA실은 세트(DX)와 반도체(DS)부문으로 나뉘어 30여명의 직원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대관을 조직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양재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도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해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인력도 충원 중이다. 지난해 외교부 출신 김일범 부사장을 GPO 수장으로 앉힌 데 이어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들였고, 최근에는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까지 전무로 영입했다.

LG그룹은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확장해 운영하는 동시에 각 계열사별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북미 지역에서 주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그룹의 해외 대관 전담조직과 협력해 현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중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미국 현지 사업 컨트롤타워를 워싱턴D.C.로 옮기며 관가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미주 법인인 포스코아메리카는 지난해 사무소를 애틀랜타에서 워싱턴D.C.로 옮기고 법인장을 비롯한 대관 인력을 배치했다. 지주사 직속인 포스코아메리카는 이곳에서 배터리, 철강, 자원개발 등 그룹의 핵심 사업과 관련한 입법·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땐 사업전략 전면개편 불가피

우리 기업들이 미국 관가에 밀착 대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정책·입법 동향이 핵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쳐서다. 미국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겪으며 우리 기업들의 북미 사업 전략도 바뀌었다. 만일 미 대선 이후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이 급변한다면 투자는 물론 중장기 사업 전략까지 전면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앳킨슨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산업 ‘대격변’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적잖은 만큼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현지 대관을 강화해 입지를 선제적으로 다지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1기 시절부터 자국에 유리한 세제 혜택을 주는 식의 기업 정책을 많이 취했던 점에서 미뤄봤을 때 (올해 대선 이후에도) 비슷한 형국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이 미국에 대거 진출해 있는 만큼 정권에 맞춰 실익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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