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또 올린다고"…급증하는 검증의뢰

[부동산포커스]①공사비 갈등에 현장 곳곳 잡음
걸설사 "공사비 갈등 불거져도 미분양보단 알짜 단지"
매년 공사비 검증 의뢰수 증가…올해 역대 최대 전망
돈안되는 단지 '공사중단·유찰'…양극화 점점 심해져
  • 등록 2023-05-22 오후 7:00:00

    수정 2023-05-23 오후 3:11:01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아파트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이 곳곳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가 매년 증가 추세다. 올 들어서도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검증 의뢰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껑충 뛰어넘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져 온 가운데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공사비를 증액하려는 시공사와 이에 불만을 품은 조합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알짜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사비 갈등 우려에도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 간 각축전이 치열하다. ‘돈 되는 단지’에만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유찰되거나 공사중단에 이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사례는 11건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검증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 13건에 육박했고 지난해 32건의 약 34%에 이르고 있다.

제도 도입 첫해부터 매년 공사비 검증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자잿값뿐만 아니라 크게 뛴 인건비까지 반영한 공사비 청구서에 시공사와 이에 놀란 조합이 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한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사업시행자는 부동산원에 적정성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규모에 따른 검증 수수료와 별도 연구용역 등 비용 부담이 있지만 시공사의 증액 규모가 워낙 커 검증을 의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검증 과정을 거쳐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공사비 갈등과 미분양 우려가 크다면 입지 좋은 곳에 수주 경쟁을 펼치겠다는 게 요즘 건설사의 사업 추세다. 공사비 갈등 문제가 불거져도 무더기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돈 되는 알짜 정비 사업장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을 개정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올해 7월부터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서다. 이 대문에 ‘대어’로 꼽히는 서울 내 주요 정비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례안 시행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와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이 시공사 선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수주전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 역시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는 이미 해당 수주전 참여를 위해 ‘특별팀’을 구성하거나 인력을 보강해 본격적인 대어급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평균 단가가 낮고 미분양 우려가 큰 서울 외 지역이나 서울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건설사의 입찰 참여가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수차례 유찰을 거듭하거나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도 공사비 증액 갈등이 커진 곳은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양주 삼송구역 지역주택조합은 공사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현대건설과 체결했던 협약을 해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공사 중단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조합이 돈을 더 못 주겠다는 것인데 건설사로서는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어 공사비 증액을 수긍해주는 단지나 자산 규모·소득 여건이 되는 단지를 우선 찾으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건설사의 최근 사업 운영 방향 탓에 앞으로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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