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졌지만 수익은 뒷걸음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은행 해외 점포에서 거둔 당기 순이익은 7억3300만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9억8300만달러)과 비교하면 25.4% 줄어든 것이다. 해외점포 이익은 작년 국내은행 총 당기순이익의 6.5% 수준이다. 이자 이익은 15.6% 늘어난 23억85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비이자이익(-5.4%)이 줄고 대손비용은 1년 전 보다 두배 가량 늘어나며 수익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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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커졌지만, 건전성은 뒷걸음쳤다. 해외 점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14%로 1년 전과 견줘 1.51%포인트나 올라갔다. 주로 항공이나 해운 분야를 포함해 코로나 영향을 받은 업종에서 발생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고정이하여신비율 29.8%) 인수가 결정적이다. 부코핀 효과를 제외하면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85%로 소폭(0.21%p) 오르는 데 그친다. 인도네시아는 비우량은행 인수하는 조건으로 M&A를 허가해 통상 부실채권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민감업종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해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도 터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부코핀 은행의 전 대주주인 보소와 그룹이 인도네시아 현지 법령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과 국민은행을 공동 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인수 후 리스크 관리 노하우와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
국내 금융회사가 최근 앞다퉈 진출했던 미얀마에서 쿠테타가 벌어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얀마는 신남방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가능성이 커 포스트 베트남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얀마에는 은행 9곳과 보험사 2곳, 여신전문금융사 17곳 등 총 28곳의 국내 금융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 금융권은 미얀마를 거점으로 삼으려 본격적으로 영업기반을 닦기 시작했는데, 쿠데타로 미얀마 전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얀마의 혼란이 지속하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국내 금융회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국내 은행권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당분간 위축된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 이 지역이 성장잠재력이 커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특히 포화 상태인 국내시장과 저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동남아 외에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분간 기초체력을 강화해 건전성 위주의 경영관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동남아에 차별화한 디지털모델을 접목해 비대면 중심의 영업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