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으로 '주도적 외교' 첫발

  • 등록 2015-09-03 오후 6:54:01

    수정 2015-09-03 오후 7:35:41

[베이징=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열병식을 포함한 중국 ‘항일(抗日)전쟁 및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집권 후반기 동북아 외교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말 그대로 ‘파격’이자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경사론’을 과감 없이 드러내면서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에도 불구, 동북아 외교 입지를 넓히기 위한 선제적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의 군사적 성장과 동북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과 일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해왔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결단은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전날(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6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10월말~11월초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를 끌어낸 것이 그 첫 과실이다. 중국은 그동안 아베 일본 정권의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한·중·일 정상회의에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을 안심시킬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은 향후 한·일 단독 정상회담까지 강행, 동북아 외교전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음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굳건하고 공고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것도 이 같은 구상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한중 협력 강화는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의 도발에 쐐기를 박은 것도 성과다. ‘북핵 불용’ 선언 등 압박 수위를 업그레이드 하지는 못했으나, 추가 도발 시 강력한 제재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한중 정상의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옐로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북핵 불용’에 쐐기를 박고자 한·미·중 간 협의 체제를 강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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