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베이징서 국교 정상화 후 첫 외무장관 회담

'외교관계 복원' 이어 中 '중재자 역할' 부각될 듯
정상회담 개최·대사관 재설치 등 논의 예정
  • 등록 2023-04-05 오후 4:39:57

    수정 2023-04-05 오후 4:39:57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수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다. 두 나라의 외교관계 복원을 이끈 중국에서 이번엔 국교 정상화 후 첫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이란·사우디 대화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왼쪽부터)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사진=중국 외교부)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오는 6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열 예정이다. 지난달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후 첫 만남이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사우디-이란 외교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대사관 개설 등 구체적인 관계 복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교 정상화를 선언할 당시 양국은 두 달 안에 상대 국가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초청한 만큼 양국 정상회담 개최도 회담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 있는 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건 두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두 나라의 국교 재개를 중재하며 중동 지역에서 달라진 영향력을 과시했다. 사우디 국영 아샤르크 알아우사트 신문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 장소로 중국을 선택한 건 양국 간 소통을 돕고 합의를 이뤄내는 데 중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도 로이터에 “중국이 합의를 촉진했기 때문에 최고위 사절단이 베이징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과 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주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가입하기로 했다. 또한 석유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대규모 합작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정통적 맹방으로 꼽히던 미국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반대에도 원유 추가 감산을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사우디는 이란과 함께 중동 내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로 꼽히는 시리아와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 이란 관리는 이런 변화에 “미국이 중동에 개입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중동 국가들은 미국 간섭 없이도 안보와 안정을 지킬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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