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덩치가 커진 기업 인수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볼트온 성격으로 인수한 자회사들의 실적마저 나빠지는 흐름을 보이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볼트온(Bolt-on)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전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다. 연관 업종 기업을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에서 PEF 운용사가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볼트온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모기업에 더하면 도움이 될만한 기업을 붙이는 방식으로 기존 밸류에이션(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볼트온을 거친 기업들이 몸값을 불려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지난 8월 싱가포르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에 7700억원에 매각한 폐기물 업체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나 2020년 8월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EMC홀딩스 등이 대표적인 볼트온 사례다.
실패 없는 전략으로 꼽히던 볼트온은 최근 들어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에 유동성이 마르자 덩치가 커진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버거킹이 대표적이다.
현재 자본 시장에서 거론되는 버거킹 매각가는 1조원이다. 한국과 일본 법인을 패키지로 묶어 1조원이란 매각가격을 책정한 셈이다. 포화 상태로 치달은 국내 법인 대신 성장 가능성이 남은 일본 법인을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읽히지만, 전체 밸류에이션이 크게 뛰자 원매자들이 선뜻 나서기 부담스러운 가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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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매각 작업을 공식화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07852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8년 미팩토리, 2019년 지엠홀딩스와 제아에이치앤비 등 여러 화장품 회사를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거침없이 몸값을 불려가던 스타트업도 자회사를 속속 매각하며 다운사이징에 나섰다. 회사 존폐 갈림길에 몰린 현재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내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가하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달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퀵커머스 ‘브이’ 지분을 오아시스마켓에 매각했고,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인 왓챠가 자회사 블렌딩의 경영권 매각을 진행 중인 게 대표적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트온 전략은 실패가 거의 없는 하나의 필승 공식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며 “단순 기업가치를 늘리는 것에서 떠나 확실한 시너지가 나는지를 따져보는 분위기가 기관 투자자들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