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 김모(26)씨는 직장 동료들이 MBTI(성격유형검사)를 묻자 실제 자신의 성향과 다른 MBTI로 대답했다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동료들이 MBTI로 자신의 성향을 판단하고 섣불리 ‘어떤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질까봐 걱정해서다. 김씨는 “제 MBTI가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라며 “일 잘하는 MBTI가 ‘TJ’로 끝나는 거라고 해서 그 부분만 바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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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를 하다 스터디모임에 처음 나간 전모(27)씨는 “MBTI는 이젠 정말 기본적인 스몰토크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터디원들을 모두 처음 만나다 보니 어색할 수 있었는데 MBTI를 공유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전씨는 “첫인상을 보고 ‘E(외향적)일 것 같아요’라면서 서로 MBTI가 어떤 것일지 맞춰보기도 한다”며 “예전처럼 통상적인 인사치레 말보단 낫긴 하다”고 말했다.
성격유형검사가 열풍을 불면서 기업들도 채용에 MBTI를 활용하며 과몰입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자기소개서 항목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작가 모집 공고에 선호하는 성격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가 하면, 학원 강사 채용에 MBTI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실질적으로 상대를 판단할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가 없다 보니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몰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처음 본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가 없다 보니 외모와 학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데, MBTI가 이를 충족시켜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MBTI가 절대적이고 이상적이라고 볼 순 없어 과몰입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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