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동부팜한농 인수전에 PEF 발뺀 이유는

  • 등록 2015-09-15 오후 4:20:58

    수정 2015-09-15 오후 4:20:58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국내 최대 농자재 업체인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던 MBK파트너스, IMM PE, 유진 PE 등 사모투자펀드(PEF)가 지난 14일 치뤄졌던 예비입찰에 모두 불참했다.

앞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최대 종자업체 농우바이오(054050) 인수전 당시 농협경제지주에 석패한 MBK파트너스, IMM PE 등 대형 바이아웃(경영권 지분 매매)펀드들이 이번 동부팜한농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LG화학(051910), CJ제일제당(097950) 등 대기업계열그룹인 전략적 투자자(SI)들만 입찰에 나섰다.

IB업계에서는 PEF의 불참 이유로 농우바이오에 대한 학습효과를 꼽고 있다. 농우바이오 인수전 당시 안좋은 기억이 이번 동부팜한농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농우바이오 인수전 당시를 되돌아가보자. 농우바이오는 창업주인 고희선 명예회장이 2013년 8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매물화됐다. 하지만 고 명예회장이 보유한 45.4%를 물려받게 된 외아들 고준씨는 1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경영권 인수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종자산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정부 지원을 받는 업종이어서 농우바이오 인수에 많은 국내외 기업이 관심을 가졌다. MBK파트너스와 IMM PE 등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섰다.

문제는 종자 주권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온 농우바이오를 PEF가 인수하기에는 국민 정서상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이아웃펀드 특성상 기업가치를 올려 펀드 만기 시점에 재매각을 해야 하는데 해외 자본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국부유출 논란까지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농우바이오에 관심을 보였던 외국계 기업 몬산토는 인수전에서 아예 배제됐다. 결국 농우바이오는 정치적 영향을 받아 농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농협에 매각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IMM PE 관계자는 “농우바이오 인수전 당시 해외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종자주권 논리에 결국 농협에 밀리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농약시장의 27%, 비료·종자시장의 19% 점유율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동부팜한농도 우리나라 농민을 대상으로 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농우바이오와 유사한 매물로 평가된다. PEF가 쉽게 인수의사를 타진할 수 없는 정서적 괴리가 큰 매물인 셈. 실제 오릭스그룹이 동부그룹에 동부팜한농 인수를 제안하자 곧장 종자주권 논란이 제기될 만큼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PEF가 동부팜한농 인수를 꺼린 또 다른 이유는 수익 상승 잠재력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내수시장을 겨냥한 농약과 비료 등은 생산비가 많이 들지만 농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영역이기 때문에 생산비대비 가격정책이 탄력적이지 못한 특징이 있다. 이는 다양한 제품군과 서비스 다양화, 유연한 가격정책 등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와 함께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PEF 특성에 정면 배치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농업이 정치적으로 풀뿌리 농심(農心)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며 “PEF가 농민을 대상으로 농약, 비료 등의 가격을 올려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정치권 뿐만 아니라 농민에게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동부팜한농 역시 토지 등을 제외한 순수 사업 영역에서 수익이 높아질 잠재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7000억~8000억원 수준의 추정 매각가가 형성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부팜한농의 올 3월말 현재 순차입금은 4000억원 수준이며 연결기준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 112% 증가한 2499억원, 467억원이었다. 국내 비료·농약 시장 성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을 앞둔 반짝 실적 개선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PEF가 모두 불참한 가운데 대기업계열사가 참여한 이번 매각이 실제 성사될 가능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이재현 CJ그룹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0월중 예정된 본입찰에서 유력후보인 CJ가 불참할 경우 딜의 종결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