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이창용, 워낙 출중한 분…총재 공백 생겨도 통화정책 차질 없어"

이주열 한은 총재 송별간담회
"성장 하방리스크 크다고 금리 인상 어렵다고 예견 어려워"
"물가상승 예상보다 크고 오래 갈 것"
직원들에겐 "임기 중 임금 못 올린 거 미안하게 생각"
  • 등록 2022-03-23 오후 4:00:00

    수정 2022-03-23 오후 4: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차기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대해 “워낙 출중하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차기 총재 선임 과정에서 인사청문회 일정 등이 밀리면서 다음 달 14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때 금통위 의장 역할을 하는 총재가 공석이더라도 통화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23일 출입기자단과 송별간담회를 열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4년의 임기로 한은 총재에 임명된후 한 차례 연임을 통해 2022년 3월말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차기 총재로 이창용 IMF 국장을 지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한은)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8년간 총재를 지내면서 금리를 올린 횟수(5회)보다 내린 횟수(9회)가 더 많습니다. 총재님을 두고 비둘기파(완화 선호)라는 시각과 매파(긴축 선호)하는 시각이 엇갈리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 지요?

△ 통화정책이라는 게 경기변동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누구나 처음부터 매파, 비둘기파는 아니다. 제 임기 중 금리 인하 횟수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재임 기간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8년 동안 총재로 재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보람 있었나?

△ 제 개인적인 보람보다는 중앙은행 통화정책 경험으로 말씀드리겠다. 통화정책은 파급 시차 때문에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다. 워낙 국내외 환경, 비경제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불확실성이 상시화됐다. 이런 불확실성 하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들어보라면 코로나19가 터졌을 때의 위기 대응, 그 이후의 정상화 시동을 거는 과정의 일이다. 2년전 이맘 때 정말 상상도 못했던 감염병 위기가 있었다. 내부적으로 금통위원, 임직원은 물론이고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관계기관장들과 정말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했다. 고심의 산물로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을 동원했다. 다행이 정책 대응이 효과를 보여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가시화됐다. 곧바로 이례적이고 전례 없는 초완화적인 정책을 언제 정상화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작년 8월부터 시동을 걸어 지금까지 왔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때도 잊지 못한다. 금융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통화 스와프 체결했을 때의 안도감 등은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 총재님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은 선제적 통화정책으로 평가받지만 이전의 통화정책은 너무 신중하다보니 선제 대응을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보시나?

◇ 어느 자리든 공과가 있다.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판단하는 게 맞다. 통화정책은 태생적 어려움이 앞을 내다보고 미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미리 본다고 해도 다 확실할 수 없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책 ‘행동하는 용기’를 보면 액션을 취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태생적 어려움이 있지만 나름대로 적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것이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회선의 정책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차기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에게 할 조언이 있나?

△여러분이 잘 아는 것처럼 학식이라면 학신, 정책 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분이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달 14일 금통위 정기회의 때 총재 공백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결정에 차질이 생길까?

△ (오늘) 총재 지명 발표 소식을 들었다. 다음 금통위 회의가 4월 14일로 20여일 남아 있다. 저의 전례를 비춰보면 두 번의 인사청문회를 거쳤는데 거기에 비춰보면 다음 회의까지 취임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공백이 발생한다면 금통위는 합의제 기관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이다. 총재 공백이 생겨서 통화정책이 차질이 생긴다거나 더 나아가 실기 우려가 커진다는 것은 기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에 대응해 우리의 기준금리는 언제 얼마나 오르는 것이 적절할까?

△ 미국 통화정책 그 자체가 글로벌 경기나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금리 인상 속도 등 파급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자국의 경제, 금융상황을 1차적으로 고려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 수준을 직접적으로 우리나라 금리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는 회복세에 있고 물가는 상당기간 지속되고 생각보다 물아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금융불균형 위험은 여전히 줄여나갈 필요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할 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경제금융 상황을 잘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제가 그것까지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출 규제 완화, 재정 지출 확대 등을 추진해 한은이 긴축 기조를 강하게 끌고 나가기 어렵단 우려가 나온다. 이런 전망에 동의하나?

△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간 조합은 당시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는 경기 충격이 크다보니 시장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 재정, 거시건전성 정책이 모두 완화적, 확장적으로 운영됐다. 그 뒤 거시 경제상황에선 개선되는데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지속됐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했고 재정은 선별 지원 필요성에 의해 계속 지원해왔다. 새 정부도 구체적으로 정책 방향을 밝히겠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책 조합이 당분간 유효하다.

- 2월 금통위 이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지고 성장률은 하방위험이 커졌다. 향후 금리 인상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 2월 전망때 성장률은 3%, 물가는 3.1%를 전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은 없을 것이란 점을 전제로 전망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내 물가에는 꽤 상승 압력을 줄 것이다. 성장에도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한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통화정책은 성장만 보지 않고 물가도 본다. 금융안정 상황도 본다. 모든 것을 두루 고려해 결정한다. 성장 자체가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상이 어렵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 한국은행법에 고용안정 책무를 추가하자는 개정안이 한은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 한은법 목적에 고용안정이 추가될 경우 기존 목표와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고용안정을 하위 목적에 둘 것인지 등 기술적 판단 문제가 있다. 정책 수단이 제한됐고 통화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대하는 바와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은 차분하고 냉철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독립성 훼손 여부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

- 작년말 한은 노조 설문조사에서 총재님의 내부 경영과 관련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낮은 임금상승률과 편중 인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임금 수준과 관련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은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비교 가능한 여타 기관 대비 낮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 운용 지침이 적용되면서 급여 수준이 낮은데 이를 개선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다. 재임 기간 중에 이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한은 최장수 총재로서 한은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어느 조직이든 발전의 핵심 동력은 인적 자원의 역량이다. 결국 사람이다.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각자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뒤쳐지는 것이다. 부단히 개발해서 전승을 높이고 조직이 이를 뒷받침해서 전체 역량을 높이는 것이 조직 발전을 이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 총재에 부임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다짐했던 게 있다. 중앙은행의 존립 기반은 국민들의 신뢰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큰 기준이 됐다. 신뢰는 마음 뿐 아니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후배들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퇴임 후 계획은?

◇아직은 계획을 세운 바 없다. 정확히 9일 남았는데 놓치는 바 없이 깨끗이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퇴임하면 뭘 할지는 차차 생각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 표정부자 다승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