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가 전날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았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에서 추가로 실명계좌를 받은 곳은 고팍스가 처음이다.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 단계가 남긴 했지만, 간결한 지분구조 등 문제 소지가 적어 무난히 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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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팍스, 전력투구 끝 실명계좌 확보…5개 거래소 점유율 전쟁
고팍스가 원화마켓 운영을 재개하면, 그야말로 기사회생하게 된다.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고팍스는 원화마켓을 중단했다. 이준행 대표(84년생)는 고객들에게 “죽을 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사과 편지까지 썼다.
고팍스는 그간 실명 계좌를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해 온 만큼 향후 원화마켓 안정화에 주력하며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가 4개에서 5개로 늘면서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비트가 압도적으로 높은 80%가량의 점유율을 가진 상황에서 후발주자일수록 파격적인 혜택을 내밀며 고객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 코인원이 ‘회원가입하면 3만원 지급’이라고 포털 광고를 하듯이 독과점 상태인 시장 구조를 깨려는 고객 유치전이 예상된다”고 했다.
대원외고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가 맥킨지 컨설턴트 등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차린 스트리미는 지난해 세계 최대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을 운영하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당시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DCG는 고팍스(스트리미)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DCG는 고팍스의 창업 초기 시드 단계부터 투자해온 회사”라며 “한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고팍스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CG는 작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초기 투자자로도 알려져있다.
고팍스를 시작으로 원화마켓 거래소가 더 늘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거래소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이라 차기 정부에서 실명계좌 발급 관련 정책이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은행이 거래소 평가와 문제 발생 시 책임까지 지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실명 계좌를 받지 못해 반쪽 영업을 하는 20여개 거래소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원화마켓을 중단한 한 거래소 대표는 “원화 거래가 막히며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투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대선 이후 (정책이) 달라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고팍스가 실명 계좌를 발급받자, 일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날 “지난해 특금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통과했음에도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거래소들에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타 거래소에도 공정한 기회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현재의 독점 구조가 바뀔지 여부도 뛰어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중소형 거래소가 출현하는가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