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사냐 은행이냐…소상공인 전담 금융기관 설립 '탄력'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 금융기관 설립 연구용역 추진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72%가 3등급 이상 '고신용자'
중·저신용 소상공인 자금조달 개선책 마련 차원
'소상공인금융공사' '소상공인은행' 방안 놓고 고심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금융 지원책 시너지 내야"
  • 등록 2020-12-09 오후 3:50:10

    수정 2020-12-09 오후 9:42:12

지난 3월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천여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한 전담 금융기관 설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중·저신용 소상공인들은 중소기업은행이나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지역신용보증재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보증을 통한 대리대출 형태로 자금을 수혈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대출을 연체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진 소상공인들은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소상공인 전담 금융기관 설립을 장기과제로 두고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상공인 전담 금융기관 설립안. (자료=이동주 의원실)


◇코로나 피해에도…고신용 소상공인 대출 쏠림 현상 지속


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내년 예산안에 소상공인특수금융기관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비를 확보, 조만간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0월 중기부 국정감사 당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소상공인금융공사’와 ‘소상공인전문은행’ 등 소상공인 전담 금융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 전체 대출 중 72%가 1~3등급 고신용자에게 쏠려 4등급 이하 중·저신용 소상공인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금융기관의 개인사업자 대출현황을 살펴보면, 은행을 통한 대출은 2017년 84.3%에서 지난해 78.6%로 줄어든 반면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5.6%에서 21.4%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 평균 금리는 17.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역신보 보증을 늘려 은행의 위험 부담을 낮춰주거나 직접대출 방식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3월부터 산하기관인 소진공을 통한 직접대출 방식으로 4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7183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이달에도 중기부는 추가로 3000억원 예산을 확보해 직접대출에 투입했다.

그러나 지역신보를 거치는 대리대출의 경우 보증서를 받고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절차가 번거롭고, 연체 이력이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아 고신용 대출 쏠림 현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소진공은 공공기관 분류상 ‘위탁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대출심사시스템이나 자금 리스크 등 자체적으로 기금을 관리하는 기능이 없어 직접대출 기능을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마트 내 입점한 임대매장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공사냐 은행이냐…중기부 연구용역 추진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중기부는 크게 △소상공인금융공사 △소상공인은행 △소상공인 전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P2P)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소상공인금융공사 설립안은 기존 소진공과 지역신보를 관리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를 통합해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드는 형태다. 중ㆍ저신용 소상공인에게는 공사가 직접대출을 맡고, 고신용 소상공인에게는 보증을 서 소상공인금융기관을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직접대출 기금 관리를 위해 ‘소상공인금융공사법’(가칭)을 제정해 채권 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안은 소상공인은행 설립이다. 중기부 소관으로 ‘소상공인은행법’을 제정해 일종의 특수은행 만드는 방식이다. 은행이기 때문에 수신 기능과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은행채 발행 등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소진공 산하에 소상공인 전문 P2P를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시행되면서 별도 법 제·개정이 필요하지 않고, 금융회사 및 개인투자자 등 민간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해서다.

중기부는 세 방안 중 소상공인금융공사 설립을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소진공과 신보중앙회가 모두 중기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설립이 비교적 쉬울 거라는 전망에서다. 한 기관에서 대출과 보증을 같이 하면 보다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기부 관계자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금융공사 쪽이 조금 더 현실적일 것”이라며 “소상공인은행을 만들게 되면 ‘은행’이란 이름 자체에 대한 이슈가 있고, P2P 설립은 P2P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을 연출해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상공인금융기관 설립이 실질적인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온라인 금융 확산 등 금융산업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별도 기관 설치는 소상공인 금융 현황이나 해외사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금융 지원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관들의 전문성 확보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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