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사의 표명…포스코 내부 ‘뒤숭숭’(종합)

18일 긴급 이사회서 거취 논의
"올해 창립 50주년 맞았는데…" 직원들 씁쓸
업계 "외압 작용한 거 같아 안타까워"
벌써부터 후임자 누가 될지도 관심
  • 등록 2018-04-18 오후 1:23:51

    수정 2018-04-18 오후 1:23:51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뉴스를 통해 회장 교체 소식을 접했는데 바로 사퇴라네요. 뒤숭숭합니다.” 권오준(68) 포스코그룹 회장이 18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회사 내부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이날 일찍 출근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관련 소식을 주고 받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지난 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1968년 4월1일)을 맞은지 보름여만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최고 경영진이 물갈이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새 정부 출범 후 CEO가 또다시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벌어져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며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는 다를줄 알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매번 정권 교체 시기 때면 불거지는 만큼 뒤숭숭한 분위기는 맞지만 별 동요 없이 근무하고 있다”면서도 “민간 기업의 리더십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는 듯한 모습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업계에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6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는 포스코가 이번 일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포스코에 또 다시 외압이 작용한거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업계에도 존경받는 인물이 한명 생겨야 하는데 포스코 회장이 매번 외압으로 사퇴하는거 같다”면서 “이번 일로 철강업에 또 다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중도 하차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버렸다. 실제로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포스코 최고경영자(CEO)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도 권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다 사임했다.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 후임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만큼 계속 사퇴설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포함되지 않아 사퇴설이 불거졌다.

불과 19일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CEO가 교체됐다’고 묻자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가 수장이 될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후임은 현 정부의 기조에 맞는 인사로 내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적어도 철강업계에 대해 알고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8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전격 사임했다. 경영 공백이 없도록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권 회장이 경영을 맡을 예정이다. 회사는 조만간 후임 선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한다. 당초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로, 2년 가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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