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테슬라 신화`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작년이었다. 적자라도 사업성이 인정되는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제도는 작년 10월 첫 발표 후 올해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 뒤 정권이 바뀌었지만 혁신기업을 통한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는 계속됐다. 정부는 2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테슬라 요건을 완화하는 등이 포함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선 반신반의한다. 미국 태생 ‘테슬라 요건’이 우리 몸에 맞지 않는단 지적도 나온다.
풋백옵션 완화하면 낫긴 하겠지만…기술특례 있는데 굳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 요건에 따라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카페24’ 한 곳뿐이다. 카페24는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상장될 예정이다. 테슬라 요건에 따르면 적자기업일지라도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매출증가율 20%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 200%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풋백옵션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풋백옵션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기준가격도 공모가격의 9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풋백옵션 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 규제 등 전반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풋백옵션을 완화하더라도 테슬라 요건에 맞는 기업을 찾기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적자 기업의 경우 기술특례를 통해서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풋백옵션이 부담스러워서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할 만한 회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업종은 적자인 경우가 많지만 기술력이 있어서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고, IT업종은 당장 수익이 수익이 안 나더라도 수익이 나는 기간이 짧아 적자인 상태에서 저평가를 받고 상장할 이유가 없다”설명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없애버리면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 상장할까, 기술특례가 있는 이상 굳이 테슬라 요건을 할 이유가 없단 지적이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기술평가기관 세 곳 중 두 곳 이상 기관에서 A, AA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적자라도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게 한 제도로 2005년 탄생됐다.
“상장제도보다 더 높은 거래소 심사 장벽”이 더 불만
일각에선 코스닥 상장제도보다 상장심사 장벽이 더 높단 불만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제도의 허들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기업의 경영투명성, 성장성, 수익성 등 질적 심사 강도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원양자원 등 중국기업의 상장폐지 사례가 늘면서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졌다며 ‘중국 기업에 뺨맞고 국내 상장 기업에 화풀이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심사에선 변한 게 없단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는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 상장 심사에서 미승인된 회사들이 많아졌다”며 “이게 시장에서 느끼기엔 심사가 까다로워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어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든지, 사업성 등이 의심스러워 상장 승인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