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코너 앞에 ‘여주 가남농장’ 계란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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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또 08이네? 아이고 께름칙해라. 08이면 살충제 계란이잖아.”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코너. 남영동에서 온 이 모(64·여)씨는 계란 한 알을 살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계란 껍데기에는 ‘08안일농장’이라는 도장이 빨갛게 찍혀 있었다. “08이면 못 먹는 거 아닌가?”
이 씨는 번호만 봤다. 08은 경기도에서 생산됐다는 지역번호다. 경기도 내에 258곳의 산란계 농장서 나온 계란 중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18곳뿐이다. 롯데마트는 계란 매대 앞 안내판에 ‘여주 가남농장(난각번호 08가남) 계란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써놨다. 따라서 번호가 08이어도 가남농장이 아닌 다른 농장명이 찍혀 있다면 정부 조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상품이다.
이 씨는 난각코드 ‘08안일농장’이라고 적힌 적합판정 받은 계란상품을 부적합상품으로 오해해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코너에 08이 찍힌 계란상품(왼쪽)과 17이 찍힌 계란상품이 진열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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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청파동에서 온 황 모(66)씨도 계란상품 속 난각코드를 유심히 살폈다. 지역번호 ‘08’이 찍힌 상품은 외면한 채 바로 옆 지역번호 ‘17(세종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황 모씨는 “안내판에 08이 찍힌 건 살충제가 나온 상품이라고 해서 08 계란은 구매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지역번호 17이 찍혀있는 세종시의 모든 산란계 농장에선 전수 조사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부적합계란 안내판 외에도 ‘정부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적합으로 판정받은 계란만을 판매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구매하셔도 된다’는 문구를 적은 ‘안심 계란 판매 안내’를 따로 하고 있다.
|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코너 앞 ‘안심 계란판매’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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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롯데마트는 계란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며 판매 활성화에 나섰다. 이날 계란 한 판(30개) 가격은 6380원으로 전날 가격 6980원에서 600원 인하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란 농가들을 위해 계란판매 활성화 차원에서 가격을 추가로 인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는 알찬란(30개) 가격을 6980원에서 6480원으로 500원 내렸고 홈플러스도 계란 한 판에 7990원이던 판매가를 6980원으로 1010원 인하했다. 다만 이들 대형마트는 가격 인하에도 판매량이 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가격을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