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회담 제의했으나 北 '묵묵부답'…그 속내는?

9·10월에 한번씩 당국회담 위한 예빔접촉 제의
北 "예비접촉 제의 진정성 의심된다"
당국회담 의제·시기 놓고 저울질 '고심'…연내 개최 전망도
  • 등록 2015-11-06 오후 6:58:25

    수정 2015-11-06 오후 6:58:2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가 8·25 고위급접촉 합의 이후 두차례에 걸쳐 북측에 남북 당국 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나 북측에서는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25 합의 사항이었던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 활성화 등이 원할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첫번째 조항인 당국회담 개최가 난항을 보이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 두차례 회담 제의·한차례 촉구…北, 전통문 수령도 안 해

정부 당국자는 6일 “지난 9월 21일에 우리가 북측에 당국회담 개최를 제안했고 24일에 재차 촉구하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지난달 30일에도 북한에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통문은 두차례 모두 우리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앞으로 보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9월 21일에 판문점 채널을 통해 10월 2일 판문점 내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열자고 제안했다”며 “이틀 후인 23일 북측이 판문점 통해 보낸 답신에서 우리측 제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9월 23일 보낸 전통문을 통해 고위급 접촉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 △북한도발설 확산 등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들이 남북대결을 선동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측은 통일부에 대해서는 “공동보도문 역행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하지 말고 책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다음날인 9월 24일 북측에 다시 전통문을 보내 이번 고위급 당국자 접촉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10월 2일 예비접촉 제의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후 북측에서 회신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30일 추가로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제안한 것이다.

“北 호응해 나오길 기다려”…朴 대통령도 언급도 ‘주목’

정부 당국자는 당국회담 제의 후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지난번 8·25 합의 이후 민간교류도 활성화되고 있고 지난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도 분위기가 좋은 부분이 있었다”며 “남북 관계의 모멘텀을 잘 이어가는 차원에서 북측의 대답을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측에서 당국회담 제안 과정을 공개할 경우 북측에서 당국 회담 개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도 8.25 합의 이후 두달이 넘게 지났음에도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북측의 당국회담에 대한 입장, 그것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일(5일) 통일준비위원회 제6차회의에서 한 발언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8·25 합의에서 밝힌 대로 남과 북의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논의들을 하루속히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측 제안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북측에 당국회담 예비접촉에 대한 호응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北, 카드 ‘만지작’…“회담 의제·시기 등 놓고 고심 중일 것”

북측은 여전히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측이 지난 9월 처음 예비접촉을 제의했을 때는 북측이 전통문을 수령하고 한차례 회신을 했으나, 지난달 30일 전달하려 했던 전통문은 일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수령해가지 않은 상태다.

남북이 전통문을 주고 받기 전에는 어떤 내용인지를 연락관을 통해 먼저 전달하고 상대측의 수령 의사를 묻게 된다. 북측에서는 “상부에서 (전통문을 수령하라는) 지시가 없었다”고만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당국회담 개최에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에서는 (대화에 대한) 남측의 진정성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문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회담이 열리더라도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도 북측이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지금 대화를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나서 이야기해도 5·24 조치라든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인 활성화를 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의제를 놓고 고민 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측이 기본적으로 8·25 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당국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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