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시 기술자들 다 그만둔다"…고려아연 여론전 총력

이제중 부회장 기자회견…20명 핵심기술자 참석
대항 공개매수·백기사 등 구체적 대응 전략은 미공개
"적당한 시기에 최윤범 회장도 직접 기자회견 할 것"
MBK도 적대적 M&A 시선 부담…여론 달래기 나서
  • 등록 2024-09-24 오후 4:39:34

    수정 2024-09-24 오후 7:05:44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간 거센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핵심 기술인력들은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MBK·영풍은 고려아연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고려아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미래 신성장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것임을 약속했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임직원,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제중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는 절대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며 “만약 경영권이 넘어가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고려아연 핵심 기술 인력 20명이 함께 했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그들은 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풍 장형진 고문에 대해서는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 경영진은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풍이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이 영풍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고 그때부터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윤범 회장, 조만간 직접 등판할 듯

다만 그는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계획이나 우호세력 확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초 MBK·영풍에 맞대응하는 첫 기자회견에 최윤범 회장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닌 CTO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시각도 강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에서 한평생을 근무해 온 이 부회장을 내세워 우호적인 여론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MBK·영풍 연합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후 40년간 몸담으며 온산제련소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부회장 자리에 오른 상징적인 인물이다. 실제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의 경우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가 났고, 지난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2.8%에 달했으며, 지난 3년 동안 중대재해가 1건도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치켜세웠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삼촌들인 최창근·최창영 명예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또 최 회장이 온산제련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현장 실습을 도우며 1년여간 ‘선생님’ 역할을 자처하는 등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MBK·영풍이 제기한 대부분의 의혹이 최윤범 회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최 회장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적당한 시기에 당연히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대항 공개매수 등 구체적 대응 전략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MBK ‘적대적 M&A’ 시선 부담…여론 달래기

이날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첫 기자회견에 맞서 고용 안정과 지역사회·협력업체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등 해외 매각 대신 장기 투자를 통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고려아연 임직원, 고객사, 지역사회 달래기에 나섰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보여지는 시선은 큰 부담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울산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고용 창출과 투자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협력사와 고객사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 현대차, LG, 한화와의 협력 관계가 성공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MBK파트너스 측은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려아연을 국가기간산업으로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엇갈린 두 사람
  • 있지의 가을
  • 쯔위, 잘룩 허리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