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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현지시간)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으로 중국은 구형 반도체의 지배적인 공급 국가로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최첨단 반도체를 대만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글로벌 공급망에서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대만의 ‘실리콘 실드’가 잠식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만의 방패 역할을 해 왔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의 첨단 반도체 칩 생산 점유율은 현재 66%지만, 2027년에는 55%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경우 막대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지원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가 상대적으로 덜한 범용 반도체 칩 생산을 크게 늘리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만의 반도체 수출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이 166억 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9.5% 감소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공급망관리협회의 더글라스 켄트 부회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중국이 지금까지보다 더 공격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공급 다각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미국 또는 인접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을 진행함에 따라 3∼4년 안에 대만의 첨단반도체 칩 생산 점유율은 50%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최대 수혜국은 일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 시장분석업체 IDC의 마리오 모랄레스 반도체 연구 그룹 부사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과 일본이 더 많은 이점을 갖게 될 것이며, 특히 일본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