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이란 게 어디 있나. 3만원이 비싸다 생각되면 안 사 먹으면 그만인데 사 먹으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 정부가 시장 가격 두고 기업 때리는 게 공산주의 국가랑 뭐가 다른지.”(50대 주부 이미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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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3만원이 적정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너무 비싸다”며 “정부의 할당관세, 자금 지원 등 소비자 가격 부담 최소화 조치가 가격에 반영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닭고기값 떨어져도 치킨값은 그대로
올해 치킨 가격 논란이 확산한 건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지난 3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치킨값이 2만원이 아닌 3만원은 돼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윤 회장의 발언은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치킨집 점주의 부담이 높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회장의 발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서 일부에서는 불매 운동 조짐도 나타났다.
전날 안병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맹점이라면 몰라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은 본사가 할 말이 아니다”며 “지난해 1월 3293원이었던 닭고기 값은 6월 2671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5147달러였던 올리브유 값도 7월 462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정작 원재료값이 하락했을 때에도 치킨 값은 변화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임대료 등 제반 비용 인상 요인을 들며 가격 인상 행렬을 이어왔다.
가격 인상과 함께 치킨 업계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맹본사 영업이익 추이‘ 자료를 보면 치킨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은 bhc(32.5%), BBQ(16.6%), 굽네(8.4%), 교촌(6.6%) 순으로 나타났다. 1000원을 팔면 bhc는 325원, bbq는 166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고물가에 대형마트 중심 반값 치킨 인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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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은 출시 후 약 90만 마리가 팔렸다. 하루 기준 판매량은 8000~1만 마리 정도다. 홈플러스는 기존 프라이드·달콤양념·콘소메·매콤새우에 이어 지난달 29일 당당 허니 치킨을 추가했다. 가격은 7990원으로 이달 한 달 동안 한정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29일 피코크 비밀연구소가 만든 ‘생생 치킨’을 9000원대에 내놓았다. 생생 치킨은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서 사용하는 크기인 냉장육 10호 닭을 쓴다는 점을 내세웠다.
프랜차이즈 업계 가격 인상 요인 “배달 중개 수수료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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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오른 것도 있지만 기존 콜센터 주문시 나가던 350~800원 수수료가, 주문 중개 서비스가 2000원, 배달 대행이 3000원을 가져가는 상황이 오니 치킨값이 3만원에 달한다는 착시가 생기는 것”이라며 “유통 구조 등의 변화 등을 감안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만 겨냥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 구조만 놓고 대형마트 치킨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는 마트 방문 손님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이나 추가 고정비가 들지 만큼 제품 판매가를 낮출 수 있지만 각종 부가 비용이 드는 가맹점주와 본사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시장 가격이 적정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치킨 업계 관계자는 “공급 가격 인상에도 가격 인상을 않겠다는 건 결국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비용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고물가 고환율 상황에서 시장에서 형성된 치킨 가격을 두고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프랜차이즈 업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