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원하는 포토카드와 팬싸인회권을 구하기 위해 수십, 수백장씩 앨범을 사들인다. 심지어 CD플레이어조차 없으면서 포토카드를 구하기 위해 CD를 산다. 팬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이같은 상술에 멀쩡한 앨범이 무더기로 버려지면서 환경훼손까지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자원낭비 조장하는 음반업계의 상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음악산업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1.5%만이 작년 한 해 동안 CD 등 음반을 통해 음악을 감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한국 CD 판매량은 2970만여장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더이상 음반은 소장용이 아닌 소모품이다. 기획사와 음반회사는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앨범에 들어있는 포토북, 포스터, 포토카드 등의 MD를 무작위로 포함한다.
특히 팬 사인회 등 각종 이벤트는 구매를 많이 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져 수백장씩 구매하는 팬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들인 앨범중 상당수는 쓰레기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버려지는 실물 앨범 줄이고 가상·디지털 앨범으로 변화 필요
음반을 구성하는 소재는 PVC, 코팅 종이와 비닐 등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덕질 10년차 이유리(가명·23)씨는 “돈이 없어도 원하는 멤버가 나올 때까지 구매한 적도 있었다"며 "결국 한두장을 빼곤 다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난에 음반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발매된 청하의 정규 1집 '케렌시아(Querencia)' 앨범은 포토카드 외에는 친환경 종이를 사용하고 비닐코팅은 최소화했다. CD 역시 고정되는 플라스틱 없이 종이봉투에 담았다.
팬들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재의 변화를 넘어 실물 앨범 판매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음반 내 포토북과 포토카드만 묶음으로 판매, 실물 앨범 외 디지털·가상 앨범 및 MD 제작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중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음반은 이제 듣는 매체가 아닌 팬심을 표현하고 음악을 소장하는 매개체지만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획사, 가수, 팬이 함께 경각심을 가지고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앨범의 소재를 친환경으로 바꾸고 크기를 작게 만든다거나, 포토카드는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링크를 제공하는 등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훼손을 줄이는 방식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