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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는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이 다시 뛰는 가운데 기준금리까지 섣불리 낮추면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최근 시장금리는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하락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239%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3.49%에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달 5일에는 3.101%까지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2%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떨어졌다. 2022년 9월(3.40%)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 금리 하락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주문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연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 7월초부터 최근까지 무려 20차례 이상 금리를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가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달 3일과 18일 주담대 금리를 각각 0.13%포인트, 0.2%포인트 인상했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어 7일과 20일에도 각 최대 0.1%포인트(비대면), 0.3%포인트 주담대 금리를 추가로 올렸다. 우리은행도 26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아파트 외 주담대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높인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에 그치지 않고 일부 대출 상품을 제한하기까지 이르렀다. 신한은행은 23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 금리도 최대 0.4%포인트 올리는 데 이어 26일부터는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막았다. 다른 은행으로부터 주담대를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 은행 대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도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높일 것이란 우려에 ‘막차 탑승’을 하려는 대출자의 속도 타고 있다. 또 9월부터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이럼에도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경우엔 전세대출 및 정책대출까지 DSR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정부와 은행권이 금리 인하기에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은 시장 논리를 벗어난 엇박자 정책”이라며 “오히려 차주들 입장에선 더 늦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일관적이지 못한 금융정책으로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일조하게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추가 규제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전세보증금의 보증비율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최대 100%까지 보증하는 보증보험의 보증비율을 70~80%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은행권의 전세대출 심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