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도 쉴 틈 없어.. 장마철 '빗물 먹은 쓰레기' 극한 분리수거

폭우에도 주거지마다 지정일 분리배출에
주민도, 처리하는 미화원·경비원도 곤란
"빗속 폐기물 정리·수거 고되도 방법 없어"
"궂은 날 배출 자제 등 양보적 접근 필요"
  • 등록 2023-07-13 오후 5:05:00

    수정 2023-07-13 오후 5:15:51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요즘처럼 장맛비가 퍼붓는다고 해서 분리수거를 건너뛰거나 하진 않아요. 평소보다 수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우비와 장화 착용하고 더욱 안전 운전에 신경쓰면서 나섭니다.”

많은 장맛비가 내렸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일을 맞아 관리사무소 경비원이 우비를 입고 배출된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거센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13일 서울 지역 한 청소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은 폭우로 인한 애로는 있어도 담당 구역 폐기물 분리수거 업무는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작업시 지자체 안전 지침을 준수하지만, 날씨가 궂은 날엔 교통·안전 사고 위험성 대비를 위해 더욱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는 “특히 빗물을 잔뜩 먹어 무거워지고 이리저리 찢긴 폐지류 수거가 가장 고되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한반도에 장마전선 정체로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시간당 40~80㎜, 사흘간 최대 강수량 400㎜ 이상의 강한 비를 예보한 상태다. 이런 날이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단지 관리사무소 근로자들도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수집 처리에 애를 먹곤 한다. 상시 실내 분리수거장이 마련된 일부 신축 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 1~2회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단지 내 한쪽에 분리수거를 위한 실외 공간을 마련한다. 많은 비가 내릴 땐 비닐 가림막을 덮어두기도 하지만, 노상에 쌓여 있는 각종 폐지류와 플라스틱·캔 수거함이 빗물에 젖는 걸 막기는 역부족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70대 양모씨는 분리수거날 비가 많이 내리면 우산 대신 우비와 장화를 착용하고 빗속에서 각 가정의 폐기물 분리배출을 돕는다. 양씨는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어도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분리수거 관리를 하다보면 온몸이 비에 다 젖어 다음날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올라오곤 한다”면서 “중간중간 수거함과 비닐 포대에 차오르는 빗물도 빼내야 하고, 물 먹은 폐지 박스들 부피를 줄이기 위해 밟다가 옆구리가 터져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폭우와 폭설 등 재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안전한 분리수거 환경을 위한 사회 구성원간 합의와 양보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따른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주택 입주자회나 업체 차원에서 폭우와 강풍 등으로 안전한 분리수거가 어려운 날에는 주민들의 폐기물 배출 자제를 권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지역 주민 자치 차원의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일률적인 행정 지침 적용은 개별 주거지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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