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감리위 의견 `반반`…공은 증선위로

`유보` 의견 감리위원장, 증선위에서 의견 낼 듯
회계처리 위반은 4명, 고의성 판단은 갈려..무혐의 3명
제재 수위 결정이 관건..콜옵션 주석 미기재는 문제
회계전문가들도 의견 갈리는 IFRS..`자의성` 도마에 오를 듯
  • 등록 2018-06-04 오후 2:17:38

    수정 2018-06-04 오후 2:18:1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가 7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판가름난다. 세 차례나 열린 감리위원회에서 똑 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증선위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와 감사인인 회계법인, 금융감독원이 한 자리에 참석하는 대심제를 적용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리위원장, 증선위서 의견 제시…7명 중 3명 무혐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검증한 감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무려 38시간 논의를 이어갔으나 최종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금융당국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2015년 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연결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한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의견이 갈렸다. 우선 감리위원장인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여타 위원들의 의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증선위 회의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기로 하고 감리위에선 유보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7명의 감리위원들 중 3명은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 분식회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4명은 회계처리 위반으로 판단했으나 이들은 고의성 여부에서 의견이 나뉜 것으로 전해진다.

김학수 상임위원이 증선위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위반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4대 4로 갈리거나 5대 3으로 ‘회계처리 위반’으로 판단한 금감원이 우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감리위원은 “다른 건들은 감리위가 의견을 하나로 모았지만, 삼성바이오 건은 각 감리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적시한 뒤 증선위원들이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표 대결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마치 표 대결이 있었던 것처럼 호도됐다”며 “같은 무혐의 또는 같은 분식이란 판단에서도 위원들의 판단 근거가 모두다 달랐다”고 말했다.

‘고의성 판단’도 갈려…주석 미기재는 문제, 제재 수위가 관건

문제는 고의성에 대한 판단이다. 감리위원중에서도 회계처리 위반에 대해 고의냐 과실이냐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증선위가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회계업계 의견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은 이 회사가 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 의지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제재 수위가 낮아져 상장실질심사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관계사 회계처리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바이오젠과 콜옵션 계약을 맺었단 사실을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 주석 등에 적시하지 않은 점은 회계처리 위반으로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비상장회사인 당시에도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했고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은 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할 정도로 중요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 그로 인해 파생상품부채(2015년 회계처리 변경으로 콜옵션 관련 파생상품부채 1조8200억원 계상)가 발생할 수 있었단 점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 콜옵션 계약에 대해 주석 기재를 하지 않은 문제는 감리위원간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견이 없는 콜옵션 주석 미기재에 대한 회계처리 위반에 대해서만 해도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돼 최종 결론은 금융위원회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과징금 5억원이 넘으면 금융위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한편으론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회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리위에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그만큼 회사 또는 전문가별로 제각각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칙’ 중심이라지만 오용 방지를 위해선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인 연결재무제표 제1110호에 따르면 콜옵션의 실질 권리를 갖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시장가격을 보되 가격 이외 다른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객관적인 기준은 가격이지만 이 가격은 얼마든지 회사 의도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가격은 주로 회사가 돈을 주고 의뢰한 회계법인이 평가한다. 이에 따라 콜옵션의 가치가 결정된단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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