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의대 정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힘과 정부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취해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당내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증원 규모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가 다시 한번 증원 규모를 협상 테이블에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총선을 14일 앞두고 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인천 남동구 만수새마을금고에서 열린 인천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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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의정 갈등을 두고 ‘의제 제한 없는 대화’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증원 규모도 협상 테이블에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제 제한 없이 서로 대화를 이어가야 건설적인 대화가 될 수 있다”며 “이미 당의 입장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과 당 지도부는 의료개혁을 ‘시대적 과제’라고 보고 있으면서도 대화의 장을 만들어 꽉 막힌 의대 증원 문제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정갈등의 중재자로 나선 한 위원장은 정부와 의사단체 간 타협 가능성에 대해 “대화해야 한다”며 “의료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당 내부에선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유일하게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공식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사 출신인 안 위원장은 증원 규모를 전면 재검토하고 정원을 내후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나도 의대 교수를 해봐서 알지만 10년 정도가 걸려야 제대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된다”며 “(2000명을 증원해 교육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고), 그다음 해부터 (증원을) 시작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과 입장 차에 대해 안 위원장은 “맥락이 같다. 당 전체 분위기가 그렇다”며 “2000명 증원을 고집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여당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를 두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와 달리 증원 규모를 대화 의제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2000명 증원 조정’ 가능성을 묻는 말에 “현재 2000명에 대해선 이미 배정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의료계는) 전제 조건 없이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