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주요 7개국(G7)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제재 효과가 4000억 달러(약 536조원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 앤마리 트레벨리안 영국 외무부 부장관(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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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에서 대러시아 제재를 담당하고 있는 앤마리 트레벨리안 영국 외무부 부장관은 19일(현지시간)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년치 전쟁 비용에 해당하는 액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제에 대한 영향을 독자적으로 추정한 결과를 공개한 것.
트레벨리안부장관은 “러시아의 수입원과 무기를 뺏는 효과가 있다”며 “중앙아시아·동유럽·중동 등 대(對)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제3국을 경유하는 (제재의) 허점을 막기 위해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결 중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활용 방안과 관련한 G7 등의 논의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와 G7 각국은 약 3000억유로(437조원)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했다. 트레벨리안 장관은“자산을 압류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약간의 진전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 90%를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 구입에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논의 중이다.
앞서 EU 27개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 활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으로 쓰자는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지만, 전쟁이 장기화 하고,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미뤄지는 등 상황에 이제는 군사 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EU는 국제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역내 러시아 자산의 이자로 매년 약 30억유로(4조4000억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원국에 관련 제안서를 보낼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머지 10%는 EU 특별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예산으로 이전한 뒤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사용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