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중 무역수장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 테이블에 앉는다.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중 관계가 경색된 이후 사실상 첫 최고위급 만남으로 양국 간 긴장 완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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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타이 대표와 왕 부장이 이달 25~26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 회의를 전후해 회담을 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상무부와 관영언론은 왕 부장의 APEC 통상장관 회의 참석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블룸버그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수장의 만남이 성사되면 올 2월 정찰풍선 사건 이후 열린 미·중 대화 중 최고위급 회담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올 초 중국의 정찰풍선 의혹,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 등으로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수출·투자 규제 조치를 추진하면서 더욱 경색됐다.
다만 최근 들어선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그간 중국 고위층과 면담을 거부당하던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지난 8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났다. 친 부장은 번스 대사에게 “잇따른 미국의 잘못된 언행은 어렵게 만든 미·중 관계의 긍정적 모멘텀을 악화시켰다”면서도 “미국이 깊이 반성하고 어려움에 빠진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악화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도 관계 회복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 간 대화 물꼬가 다시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솔솔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이번 회담은 이제 미국이 (대화를 거부당하는) 벌칙석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타이 대표와 왕 부장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대화가 더욱 활발해질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