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아이돌이 등장했다는 수사 표현이 아니라 정말 ‘차원’이 다른 아이돌이 등장했다. 현실에선 목격할 수 없고 유튜브나 메타버스 플랫폼인 VR챗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가상의 아이돌이다.
그렇다고 ‘가짜’는 아니다. 캐릭터 뒤에는 실제 사람이 있고 노래도 직접 부르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국내 버츄얼 캐릭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며, 현실과 가상의 이분법을 깨고 있다. 스냅타임이 현실 세계에 스며들고 있는 ‘버츄얼 캐릭터’를 들여다봤다.
◇ 요즘은 ‘부캐(Sub Character)’도 버츄얼로?
유재석은 ‘부캐’인 ‘유산슬’로 국민 MC의 정체성을 떠나 트로트 가수로 활동했다. ‘버츄얼 캐릭터’는 이러한 ‘부캐’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인 서유리도 ‘버튜버’ ‘로나’로 활동하고 있다. 버튜버는 ‘버츄얼’과 ‘유튜버’의 합성어다.
본체인 ‘나’를 완전히 숨긴 채 온라인 공간에서 캐릭터로 활동할 수 있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버튜버’에 도전하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유튜브 슈퍼챗(생방송 후원금) 상위 10개 채널 중 8개는 버튜버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버튜버’ 콘텐츠가 앞서고 있는 일본의 경우 상위 20개 채널 중 17개 버튜버들이다.
◇ 이세돌…“팬들은 익명성 존중, 아이돌은 솔직한 콘텐츠”
국내 첫 버츄얼 걸그룹 ‘이세돌’은 버튜버다. 트위티 유명 스트리머 ‘우왁굳’이 VR챗을 기반으로 6인조 아이돌을 기획해 지난해 12월 데뷔시켰다. 데뷔곡 ‘리와인드(RE:WIND)’는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7일 스냅타임이 직접 만난 ‘이세돌’ 팬 익명의 K씨는 “팬들은 캐릭터 너머의 실제 인물을 궁금해하지 않고 그것이 당연한 예의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팬들은 ‘이세돌’ 멤버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행위를 ‘빨간약’이라 부르며 비판한다.
K씨는 “이세돌은 가상 캐릭터로 표현되지만, 실제 인물이기에 적극적인 쌍방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세돌 멤버들은 본체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기 때문에 더 솔직한 소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세돌’ 멤버 중 전직 아이돌이었던 ‘릴파’는 “실제 아이돌은 보여주는 직업이라 살을 빼고 외모 관리를 해야하는 압박이 커,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릴파는 “버츄얼 아이돌의 경우 더 가식 없이 팬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 버츄얼 휴먼…“이르면 2년 안에 진짜 사람처럼 보인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르면 2년 안에 화면에서 버츄얼 휴먼은 정말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약 3년 뒤엔 영상 콘텐츠에서 버츄얼 휴먼이 엑스트라로 등장할 수 있다.
또한 6~7년이 흐르면 버츄얼 휴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고, 인터랙티브(상호작용) 기능도 상당 수준에 이른다. 타이핑이 아닌 대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정 교수는 "버츄얼 휴먼을 활용한 마케팅은 저비용?고효율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이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 버츄얼 인플루언서…‘예쁘고 어린’ 이미지만 전시
27일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현재 많은 한국 기업들은 대중과 특히 남성이 좋아하는 외모를 기준으로 버츄얼 인플루언서를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기존 광고에서도 예쁜 여성 연예인을 많이 찾는 현실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버츄얼 휴먼은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더 완벽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경험해보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11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세계 최초로 버츄얼 인플루언서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할 경우, "자신들은 진짜 사람들과 상호작용 하지 않는다(not interacting with a real human being)"는 내용을 고객에게 안내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