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기업 회생 가능성과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정비한다.
4일 한국거래소는 “기업 회생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상폐 결정이 이뤄지고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상폐 요건과 절차를 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미 이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본시장 공정성과 신뢰회복을 위한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거나 2년 연속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인 코스피 종목 등 재무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소명 기회도 없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획일적으로 과거 재무수치 기준을 적용하는 게 무리하다고 판단, 앞으로는 기업 회생가능성이나 사업성 등 미래를 고려해 상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상장폐지 사유에 대해 기업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개선 기간도 주어진다. 현재 정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래량 미달 등에 해당하면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보고서 미제출 사유는 해외 자회사 실사 지연 등 부득이한 사유로 제출기한을 넘기는 기업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구제 방안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업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코스피는 상장공시위원회)이 개선기간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중복적 성격의 상장폐지요건을 없애는 등 상장폐지 요건도 손질한다. 유가증권 시장의 경우 ‘주가 미달’(액면가의 20% 미만), 코스닥 시장의 5년 연속 영업손실, 2년 연속 내부회계 비적정 등 다른 상장폐지 요건과 겹치는 항목이 삭제된다.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은 낮은 반면 상장 기업의 부담은 높은 상폐 요건도 일부 바뀐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자본잠식 등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적용기준이 반기 단위에서 연 단위로 바뀐다. 다만, 반기 단위 자본잠식 등이 발생하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키로 했다.
또 횡령 등 실질심사 사유가 확인된 시점에서 5년 이상 경과했어도 실질심사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기업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심사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식 시장 상장폐지와 관련, 기업의 상장 지속성이 존재할 경우 상장 폐지되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거래소는 10월~11월 중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을 통해 이를 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