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성남시 관계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하며 ‘윗선’ 개입 여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지냈던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소환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대장동 문서 결재 라인에 수차례 이름을 올린 정 부실장을 수사 두 달이 넘도록 조사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소환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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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대장동 개발 실무를 총괄한 김모 전 성남시 도시재생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과장은 대장동 사업 결재선상의 중간에 위치한 인물로, 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남시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연결 고리로 꼽힌다.
검찰은 결재선상에 놓인 인물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임승민 전 성남시장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임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보고되기 전에 관련 문건에 서명한 인물이다. 또 같은 달 30일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택지개발팀에서 근무했던 A 주무관을, 지난 3일에는 대장동 사업 전후 성남시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련 업무를 담당한 문모 전 예산법무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김만배 씨 등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긴 이후에도 성남시 관계자들을 계속 소환하며 정 부실장 소환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 결재 라인을 따라 배임 의혹의 윗선을 쫓아가는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부실장은 임 전 실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 관련 문건에 날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팀이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 부실장을 소환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넘도록 결재 라인에 수차례 이름을 올린 정 부실장에 대해 참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부실장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정 부실장을 수차례 언급하며 황 전 사장 사퇴를 종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이 정 부실장을 소환하지 못하는 것은 수사력 부족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사팀이 정 부실장을 부를 만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성남시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소환했지만, 정 부실장의 소환 조사에 이르게 될 만큼의 증거나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수사팀은 대장동 4인방을 기소하면서, 핵심 증거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이상의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해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력 부족도 결국 수사 의지로 귀결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수사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유능한 검사를 투입할 수도 있다”며 “수사팀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로 본다면,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