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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미처 예상치 못한 탈레반의 기세에 아프간이 함락당하면서 미군 철군 카드가 패착이 됐다는 비판론이 비등하지만, 그는 국익을 거론하며 철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국익이 없으면 떠난다’는 바이든식(式) 외교정책은 다른 동맹국들에게 시사점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익 없는 곳서 싸우는 실수 않겠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되면 안 된다”며 “재정과 병력의 손실을 막는 것이 국가이익”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장악한 이후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휴가를 위해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머무르다 아프간 사태가 터지자 급히 백악관에 복귀했다. 바이든 정부의 철군 결정을 둘러싸고 미국 안팎에서 거세지는 비판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주둔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면서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좋은 시기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20년 만에 어렵게 깨달았다”며 “미국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했다.
아프간전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테러조직 알 카에다 소탕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로 꼭 20년을 맞는다. 미국이 치른 전쟁 역사상 가장 길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또다른 10년 전쟁을 위해 미군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번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철군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일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익이 없으면 굳이 미군 주둔을 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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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의지…“아프간 정부 무책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돈으로 가득한 차량 4대와 함께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돈을 (탈출하기 위한) 헬기에 실으려고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 탓에 아프간 정부군은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사기가 꺾였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기론이 제기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브랫 브루언은 이날 USA투데이 기고를 통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루언은 “바이든은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했다”며 “이때 설리번은 (철군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피하면서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미국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세운 정부를 인정할지 여부 역시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탈레반의 행동에 (정부로 인정할지 여부가) 달려 있다”며 “테러리스트를 숨기지 않고 여성과 소녀를 포함해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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