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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면서 협력의 여지(room for cooperation)를 남겨둬야 합니다.” (수전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외교가 ‘거물’들이 13일(현지시간)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 등장했다.
케리(78) 전 장관은 상원 외교위원장, 국무장관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04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거물이다. 이번에도 한때 대선 후보로 거론돼 관심을 모았다. 더 주목 받는 인사는 라이스(55) 전 보좌관이다. 그는 조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국무장관 기용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케리 전 장관이 대선 후보였던 2004년 그의 외교정책 자문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두 빅샷의 한마디 한마디가 여론조사상 앞서고 있는 바이든 후보의 외교정책에 힌트를 주는 것이어서 이목이 모아졌다.
“北 핵무기, 전세계 안보 위협할 위치”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북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케리 전 장관은 최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거론하며 “그것이 보여주기식이든 아니든 우리는 북한이 잘 실험된 무기를 갖게 됐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며 “(전세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오벌 오피스(oval office·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일화를 공개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했던 가장 큰 경고는 북한의 위협에 관한 것이었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역량은 더 강화했고 핵 포기도 없다는 게 케리 전 장관의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위험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지만 같이 사진 찍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회담이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우리는 다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정신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앞장서서 이끌(to be leading by example)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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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전 보좌관은 중국 문제를 주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이 역시 한국 외교정책과 직결돼 있는 이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중국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중국과 효과적으로 경쟁하되 협력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번지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 등을 예로 들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처럼 제재 일변도의 강경책을 펴기보다는, 중국의 급부상을 인정하되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에 맞춰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개발(R&D) 투자, 이민정책 등을 두고 현 정부보다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對)중국 외교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새겨들을 만한 언급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아울러 한국 국정원 격인 미국 국가정보국(DNI)을 두고 “지나치게 정치화했다”며 성토했다. 그는 “DNI는 선거를 목적으로 정치화됐고 무기화됐다”며 “우리는 기밀 정보를 조작하는 출처와 방법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판 ‘국정원 개혁’을 예고한 셈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그 연장선상에서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그는 “러시아는 민주주의의 진실성(integrity of democracy)과 선거의 결과(outcome of election)에 대한 불신을 일으켰다”고 했다.
존 케리 전 장관은…
△1943년생 △예일대 정치학과 △보스턴대 로스쿨 법학 박사 △매사추세츠주 부지사 △매사추세추 민주당 상원의원 △상원 외교위원장 △민주당 대선 후보 △국무장관
수전 라이스 전 보좌관은…
△1964년생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옥스퍼드대 철학 석·박사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차관보 △브루킹스연구소 외교 선임연구원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 △유엔(UN) 미국 대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