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만든다더니'…국회 법안처리율 19대보다 낮아

여야 갈등에 12월 임시회 공전..141건 처리 그쳐
임시회 초반 부터 상임위 파행·의원 수십명 외유
5.18 특별법·군 의문사 특별법 등 무산
  • 등록 2018-01-03 오후 3:55:13

    수정 2018-01-03 오후 4:24:07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년도 시무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민생법안 처리’를 이유로 여야가 합의했던 지난달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이 19대 국회보다도 낮아졌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약속은 여야 정쟁 속에 사라졌다.

19대比 7% 앞선 법안처리율 3주 새 뒤집혀

3일 국회 사무처와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준으로 20대 국회는 1만 800건의 제출 법안 중 2739건을 처리해 25.3%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9대 국회는 8557건의 제출 법안 중 2200건을 처리해 20대 국회보다 근소하게 앞선 25.7%의 법안처리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정기회 종료 당시만 해도 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25.1%를 기록해 같은 기간 18.3%였던 19대에 비해 약 7%포인트 앞선 상태였다. 하지만 12월 임시회 법안처리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불과 3주 새 그 수치가 역전된 것이다. 20대 국회의 12월 임시회 법안 처리 건수는 가결과 대안반영·부결 등을 포함해 141건이었고, 19대 국회의 2013년 12월 임시회에서는 이보다 5배 많은 708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법안처리 불발..피해는 ‘국민 몫’

이처럼 법안처리율이 떨어진 이유는 12월 임시회 초반 ‘2018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여야 갈등으로 각 상임위가 파행되고, 수십 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외유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상임위는 정족수가 부족해 개회조차 하지 못했고,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조차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입법부가 본연의 할 일을 하지 않아 각종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내교섭단체 3당이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5.18 특별법)과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군 의문사 특별법)은 국방위에서 공청회 일정을 잡지 못해 처리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의 공청회 요구로 지난달 13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두 법안 통과가 무산되긴 했지만, 본회의가 같은 달 29일 열린 점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공청회 일정을 잡고 처리를 할 수 있었다.

각종 법안 처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여야가 일정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임시회 개회 열흘 뒤에야 겨우 전체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 야당 의원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상대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사 의혹’ 등을 추궁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결국 가결 법안은 30여 건에 그쳤다. 법사위에는 여전히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수백 건이 계류된 상태다.

당장 처리가 시급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도 불발됐다. 여야가 2021년 7월부터 주당 52시간 근무를 시행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휴일근로 수당을 통상임금 대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이견이 커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권에서도 법안 처리 노력을 별로 못했고 야당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12월 임시회에서 정작 개헌 문제 등으로 여야가 각만 세웠다”고 꼬집었다. 또 “법안 협의할 분위기 자체가 안 되니, 역대 국회 가운데서도 법안처리 수가 적은 사례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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