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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4년 6개월간의 장기협상 끝에 22일 타결한 ‘한미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은 핵연료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이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인만큼 미국이 이에 걸맞은 자율성과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이로써 최대 현안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분야에서 국가차원의 자율적 관리정책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국은 이번 협정에서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과 관련, 모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방식을 규정했다.
특히 미국 내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농축·재처리 금지조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대만 등에 이를 적용, 농축과 재처리 관련기술을 전면금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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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정은 국내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Electro-reduction)까지 미국의 허가없이 통보만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장기동의’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매 건마다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또한 전처리시설과 전해환원 시설을 확장하거나 추가 건설해도 미국에통보만 하면 된다.
송기찬 원자력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은 적어도 절반가량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며 “두 나라는 이 기술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 핵비확산성 등을 2020년까지 공동연구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 원자력업계가 미국산 핵물질과 원자력 장비·물품 등을 양국이 동의한 제 3국으로 재이전할 때도 포괄적 장기동의를 적용, 한국 원전수출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협정은 지난 42년간 외부요인에 제한된 한국의 원자력정책이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권만 규정돼 있던 체제에서 탈피해 상호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만성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한미원자력협정 TF 자문위원)는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국가적 관리정책이 없었는데 앞으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번 협정은 미국이 신뢰를 보이고 성과를 내는 나라에 대해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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