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 내려라" 정부 요청에…제분업계 "당장은 어렵다" 확답 피해

26일 오후 3시부터 농식품부-제분업계 간담회 진행
'밀가루 가격 인하' 요청에 "이미 고통분담 중" 토로
물가안정 '협조' 입장만 확인…'인하 검토' 확답은 피해
"현재 국제 밀 가격 반영 시차 커…높은 가공비 부담도 고려해야"
  • 등록 2023-06-26 오후 6:11:57

    수정 2023-06-26 오후 6:11:57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26일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을 불러모아 국내 밀가루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결과 가격 인하에 대한 확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해왔고 원재료 비용 부담 외 가공비 등 제반비용까지 고려하면 현재 밀가루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된 입장임을 확인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밀가루 판매대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26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삼양사 등 한국제분협회 소속 회원사 7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날 자리에서 국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라면 가격 인하를 언급한 바 있으며 이날 밀가루 가격 인하 요청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의 조치인 셈이다.

이들 제분업체들은 정부의 국민 물가 부담 완화라는 대의적 명분에는 십분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제 밀가루 가격 인하와 관련해선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각 사별 내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가격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당장 인하 조치 검토에 나서긴 어렵다는 입장인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제분업계에 대한 가격 인하 요청이 있었고 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대한 소통하고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밀가루 가격 인하’ 검토하겠다고 잘라 말한 곳은 없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B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국제 밀 선물 가격 내림세를 언급하고 있으나 계약 기간 및 재고 등을 고려하면 이 가격이 국내 밀가루 가격에 반영되기까진 반년 안팎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당장 국내 밀가루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고점일 당시 대부분 국내 밀가루 가격을 동결하며 국민 물가 부담 완화에 동참했던 터라 현재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또 밀 가격 외에도 가공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른 터이라 현실적으로 국내 밀가루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사 관계자는 “밀가루는 수요기업의 교섭 파워가 훨씬 큰 품목인 데다 기업간거래(B2B) 특성상 업체별로 개별 협상에 의해 수시로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런 사업구조상 밀가루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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