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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896년 7월 24일 세계의 민족음악을 수집하던 미국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처는 미국 워싱턴 하워드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조선인 3명을 불렀다. 한민족의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부른 것은 ‘아리랑’을 비롯한 11곡의 우리 노래. 유성기 음반이 나오기 전이었기에 플레처는 이들의 노래를 에디슨이 개발한 원통형 음반에 녹음했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처음 녹음된 순간이다.
앞으로 이 유래 깊은 ‘아리랑’을 듣고 싶다면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내에 있는 국악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오는 20일 재개관하는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는 플레처가 녹음한 최초의 ‘아리랑’ 음원을 비롯해 2007년 설립된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 소장 자료 중 주목할 진귀 자료를 10점이 상시 공개되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건물은 1988년 국립국악원이 남산 국립극장에서 독립해 현재 서초동 부지로 이전해오면서 생겼다. 처음에는 교육연수동 용도로 쓰였으며 1995년부터 국악박물관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낮은 층고 때문에 박물관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2016년부터 개편 논의를 시작했고 1년 3개월간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19일 국악박물관에서 연 재개관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재개관을 준비하면서 국립국악원의 정체성을 ‘소리 박물관’으로 정했다”며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여러 자원을 연결해 미래를 위한 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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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박물관 1층은 국악의 소리를 최고 품질로 감상할 수 있는 ‘국악뜰’로 구성했다. 보통의 홈씨어터가 5.1채널 스피커를 이용하는데 이곳에서는 13.1채널의 스피커 구성으로 음악을 보다 입체감 있고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4K UHD 고화질 영상 상영이 가능한 대형 디스플레이도 마련해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국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본격적인 전시는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소리품’ ‘악기실’ ‘문헌실’ ‘아카이브실’ ‘명인실’ ‘체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고문헌을 접할 수 있는 ‘문헌실’과 1940년대 이전에 태어난 국악 명인 10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명인실’, 실제 국악기의 소리를 체험으로 경험하는 ‘체험실’ 등이 눈길을 끈다.
3층은 뮤직 라이브러리로 꾸밀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는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악기에 대한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박물관 전체를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라키비움’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문화유산 연구와 보존은 국립국악원의 중요한 책무”라며 “이번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재개관을 계기로 전통문화예술을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6주간 전시와 연계한 특강을 진행한다. 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을 비롯해 김영일 악당이반 대표, 풀피리 명인 오세철 등이 국악박물관 전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휴관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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