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포럼] 임종룡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최우선 기준은 서비스 혁신"

<'금융개혁과 핀테크' 특별강연>
美 찰스슈왑, 자산관리 탁월
中 위뱅크, 대출심사에 SNS 활용
판깨는 비즈니스 모델 갖춰야
  • 등록 2015-09-03 오후 6:28:55

    수정 2015-09-04 오전 10:34:35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서 ‘금융개혁과 핀테크’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첫선을 보이는 인터넷 전문 은행의 가장 큰 매력은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원동력은 낮은 비용 구조에 있다. 계좌 개설을 비롯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처럼 전국에 지점을 두고 많은 직원을 둘 이유가 없다. 인터넷 은행으로선 비용 절감을 통해 금리·수수료를 낮춰주는 건 기본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특화한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이름만 인터넷 은행으로 전락, 도태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가 기존 은행과는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추었는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금융개혁과 핀테크’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갖춰야 할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냈다. 핵심은 기존의 판을 깨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美 찰스 슈왑·中 위뱅크 모델이 대안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혁신성’을 꼽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과점 체제인 은행산업의 판을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하려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갖추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임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라는 파격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정보통신(ICT) 기업을 끌어들인 건 ICT 기업 없이는 혁신적인 인터넷 은행을 만들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이번에 혁신적인 인터넷 은행이 나와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야 추진 동력이 생기고 결국 은산분리 완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위원장이 판단하는 혁신성을 갖춘 인터넷 은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임 위원장은 미국의 찰스슈왑(Charlseschwab), 중국의 위뱅크(Webank), 네덜란드의 ING 다이렉트를 사례로 소개했다. 모두 차별화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업체들이다. 찰스 슈왑은 미국의 증권사가 만든 인터넷은행으로 자산관리 서비스에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위뱅크는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기업인 텐센트가 세운 인터넷은행이다. 위뱅크는 신용대출을 할 때 신용등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객의 SNS에서 모은 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한다. 예컨대 대출심사 때 온라인 금융거래 실적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네덜란드의 ING 다이렉트는 글로벌 보험회사인 ING가 세웠다.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에 진출해 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 은행은 비용 구조가 낮아 저렴하면서도 얼마든지 해외 사례처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銀 도입 후 추가 규제 완화할 것

이날 포럼에선 인터넷 은행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정부가 꾸준히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터넷 은행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이는 데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에 대한 신용판단 등을 독자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인터넷 은행 도입 후에도 정책적으로 계속 뒷받침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재 국내 1호 인터넷 은행 타이틀을 손에 쥐기 위해 경함을 벌이고 있는 곳은 대략 3곳으로 압축된다. 교보생명,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KB국민은행 등), 인터파크(SK텔레콤·기업은행 등)컨소시엄 등이다. 3곳 모두 ICT 기업이 주축이 된 데다 컨소시엄 구성도 정부 요구 수준에 거의 부합하는 만큼 어떤 사업모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1호 인터넷 은행 진출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터넷 은행의 성패는 결국 혁신에 달려있다”며 “1호 인터넷 은행이 잘 자리 잡아야 은산분리 완화 방안도 비교적 수월하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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