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장이 곧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어렵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면서도 “또다른 일이 닥쳐오는 것 같다”고 했다. 억지로 떠밀려 강제로 맡았다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연금 생활자라는 점 △지역구에 퇴직 교육자가 많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역사적 과업이다. 그 필요성은 우리사회 어느 누구도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에서 세차례나 무산됐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주 의장의 이날 발언은 그 이유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각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표심(票心)’ 때문에 개혁을 껄끄러워하고, 이는 곧 개혁을 위한 당의 대오가 흩뜨러져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버팀목인 중진 의원들 중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는 인사는 찾기 힘들다. 그나마 김무성 대표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을 뿐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TF 몇몇 의원만 빼고 다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회의원들이 왜 지역구 예산을 함께 줄이겠다는 선언을 못하는가. 새누리당 개혁안의 재정절감 효과를 기계적으로 따져보면, 한해 5조5000억원 정도 된다. 공무원연금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국회가 지역구 SOC 예산 등을 더 줄이는 ‘예산 개혁’에 나선다면, 공무원들의 마음도 더 열릴 게 분명하다. 하지만 올해 예산정국에는 재정부족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쪽지예산’들이 난무했다. 이래서야 공무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겠는가.
▶ 관련기사 ◀
☞ 주호영,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직 끝내 수락
☞ 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 4월까지, 그리스처럼 안 될 일.."
☞ 공무원연금 개혁특위·자원외교 국조 내일 시작…곳곳 '지뢰밭'
☞ 퇴직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구성 등 26일 국회 안건 심사
☞ 공투본,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합의에 "정치적 야합"
☞ 기재부 "군인·사학연금 개편 검토 안해..공무원연금 개혁에 집중"
☞ 강기정 "공무원연금 개혁, 여당案 아닌 대타협기구서 논의해야"